이용섭 광주시장님, 그리고 150만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
조진상(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

조진상 동신대 교수

존경하는 이용섭 광주시장님, 자랑스러운 150만 광주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말 어려운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말도 안되는 제안이라고 비난하실 수도 있고 행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아냥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각오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지는 혁신도시 ‘나주 소각장’ 문제에 광주시가 적극 나서 주시라는 것입니다.

나주에 무슨 소각장이 있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열병합발전소’라고 부릅니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부수적으로 전기를 조금 생산하는 것을 갖고 마치 발전소인 것처럼 포장하고 위장한 ‘무늬만 발전소’죠. 발열량이나 배출가스 기준으로 보면 사실은 전국 최대의 노원소각장과 같은 규모입니다. 상무소각장의 2배죠. 정말 거대한 소각장입니다.

그게 광주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요? 150만 광주시민들이 버리는 쓰레기중에서 불에 안타는 쓰레기 빼고 모두 나주로 넘어 옵니다. 광주 쓰레기가 없으면 이 소각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쓰레기가 아니고 연료라구요? 쓰레기 연료는 쓰레기중에서 비닐, 플라스틱, 고무 등 불에 잘 타는 쓰레기만 골라서 태우는데 건강면에서 보면 쓰레기만도 못하죠.

쓰레기 연료 소각장은 그냥 소각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릅니다. 소각장은 쓰레기를 운반해서 태우면 됩니다. 그런데 쓰레기 연료는 수집·운반해서 연료공장에 가져간 다음 불 타는 쓰레기를 고르고 잘게 부수고 포장해서 다시 화물차에 태워 소각장까지 운반해서 결국은 태웁니다. 단순하게 처리해도 될 것을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 결국 태우죠.

다른 데서도 SRF 소각장을 가동하지 않느냐구요? 집가까이 도시가까이에서 SRF를 태우는 지역난방은 우리나라에 어디에도 없습니다. 10개 혁신도시중에서 빛가람이 유일합니다. 쓰레기 지역난방은 빛가람이 전국 60여개 지역난방 사업소중 최초이자 유일합니다.

SRF 거버넌스 회의가 잘 진행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 회의는 현재 아무런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 불능의 수렁텅이에 빠져 있습니다. 한난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합의서, 한난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합의서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SRF가 싫으면 혁신도시를 떠나면 될 것 아니냐구요? 아닌게 아니라 많이 떠났습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3만명 주민중에서 6천명이 이사짐을 싸서 나갔습니다. 상가 70%가 텅텅 빈채로 수년이 흘렀습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중 목표인구 달성율이 가장 낮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에 나주소각장이 절대적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나주 소각장은 2차 공공기관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합니다. 소각장 분쟁에 혁신도시 주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잘못이 있다면 국가 정책에 따라 강제로 나주에 내려온 것밖에 없습니다.

이용섭 시장님, 그리고 광주 시민 여러분, 저의 부탁은 다름 아니라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하겠다’고 선언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6개 광역시중에서 어떤 곳도 다른 시·도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곳은 없습니다. 광주를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주 잘못도 아니죠. 한난이 쓰레기를 돈주고 사가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한 것 밖에 없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5년 간 골치덩어리였던 상무소각장도 쉽게 닫을 수 있었고 이제 와서 되돌리기도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시는 공동혁신도시 추진과정에서 광주몫의 공공기관을 나주에 몰아 주면서 통큰 양보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상생발전기금과 발전재단을 둘러싸고 갈등과 소외를 겪었습니다. 시장님이 국토부 장관이던 시절 혁신도시 유치 과정에서 나주시의 상생발전기금 제안과 합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시장님이 최근 발전기금과 관련해서도 통크게 양보하고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건설비도 분담하겠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5월 광가속기 유치 경쟁을 할 때도 광주시는 통크게 전남과 나주를 돕고 협력했습니다. 현장 심사를 며칠 앞두고 저희 혁신도시포럼에서 나주 광가속기 유치 촉구 토론회를 급히 개최하자고 했을 때도 반나절만에 흔쾌히 허락해 준 바도 있습니다.

‘광주 쓰레기를 광주에서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행정적으로 법률적으로 경제적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도이고 정도입니다. 이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염치가 없지만 다시 한번 통크게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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