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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동화작가의 남도일보 월요아침-이웃에 대한 철저한 예의

이웃에 대한 철저한 예의
이성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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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동화작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며칠째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집안 구석구석에 눈이 갔다. 베란다 한쪽에 보관해두었던 거실 카펫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오래전 큰맘 먹고 준비한 것인데, 일 년 정도 쓰다가 너무 커서 말아두었던 것이다.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나눔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기다리고 있는데 나주에 산다는 어떤 아저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작업 현장인데 인부들이 쉴 수 있도록 깔아주고 싶어서요. 너무 비싸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사이트에서 원하는 크기를 발견했네요. 미안하지만 일 끝나고 저녁에 가지러 갈 테니 밖에 내 놓으시면 고맙겠어요. 음료수 한 박스 놓아두고 갈게요.” 아저씨의 넉넉한 마음과 예의바른 목소리에 감동해서 “고맙습니다. 편한 시각에 와서 가져가십시오. 마스크는 꼭 쓰고 오세요!”라고 대답했다.

내친김에 안 쓰는 것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부엌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 번도 쓰지 않고 보관해두었던 반찬 그릇이 세트로 열 개정도 있었다. 사진을 찍어 나눔 사이트에 올리자마자 10분도 체 못 되어 문자가 왔다. “노인들 반찬봉사 하는데 딱 필요한 그릇이에요, 오후 2시쯤 가지러 갈게요.” 벨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마스크로 무장한 젊은 아가씨였다.

어찌나 고맙던지 나도 마스크를 쓰고 가방에 그릇 담는 걸 도와주었다.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아가씨 덕분에 가뜩이나 심란해 있던 마음이 사라지고, 이번 기회에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모두 내어놓기로 작정했다. 오래된 밥통, 커다란 찜통, 스테인리스 냄비, 심지어 김치통까지 있는 대로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고맙게 가져가는 걸 보니, 지금껏 보관해 두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찬장 안, 붙장 안, 베란다 창고까지 훌렁훌렁 가벼워진걸 보며,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아 지금껏 내어놓지 못하고 쥐고만 있었는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비우기로 마음먹은 터에 이번에는 모아두었던 신문을 정리하기로 했다. 솔직히 신문은 어떤 것들보다도 내게는 소중한 자료이다. 시간이 없어 아직 샅샅이 들여다보지 못한 신문을 거실 한쪽에 쌓아두곤 한다. 혹시라도 놓치면 안 되는 자료가 있는지 들추다가 “마스크 벗을 자유를 달라”는 유럽인들의 시위장면을 보았다. 그들 역시 코로나19가 이토록 오래오래 인간을 공격하리라고는 차마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과학의 힘으로 얼마든지 백신이 만들어질 것이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서서히 사라질 줄 알았을 테니까. 그런데 보란 듯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있지 않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 감염환자의 동선을 알리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보내는 문자를 보며 안타까움과 두려움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

가뜩이나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보다 먼저 이웃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나눔과 배려의 마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마스크 벗을 자유’를 외치고 있다니…. 인간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진정한 자유 아닐까? 방역당국의 지침 사항을 교묘하게 외면하는 사람들, 그들도 자신의 자유를 외치기 전에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을 갖출 수 없는 것일까?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겨우 형식만 갖춘 턱스크, 귀스크를 쓴 채 각종 집회와 모임에 참석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보며, 보건당국의 비상 상황 발표에도 여기저기서 무더기 확진가가 발생하는 현상을 접하며, 아직도 마스크 벗을 날이 당당 멀었구나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 끝이 없다. 고통을 참고 있는 많은 이웃에 대한 철저한 예의만이 코로나19를 사라지게 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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