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의 정당성

김용훈(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처럼 근절되지 못한 채 우리는 재확산의 일로에 놓여 있다. 감염되면 죽거나 치명적 후유증을 만나야 하는 최악의 재난바이러스에 행동반경 제한으로 재량껏 발걸음을 옮길 수도 없다. 공장이 멈추고 수출이 막히고 이제는 동네 커피집, 빵집도 사람이 앉아있을 수 없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상황은 이렇게 급박하지만 사람들은 통제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10명 이상의 모임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사람들은 교회 예배니, 회식, 피서 등으로 끊임없이 행동반경을 늘리고 있다. 여기서 더 퍼지면 방역의 의미가 없어진다. 한여름 방호복 속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감염병을 차단하고자 애쓰는 사람은 따로 있고 자신이 감염되었음에도 격리를 선택하지 않고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다니는 사람이 따로 있다.

엄청난 재난 앞에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일선의 의료진이다. 가만히 있어도 더위에 괴로운 날인데 겹겹이 쌓인 방호복에서 이리로 저리로 조여진 밴드에 얼마나 힘들 것인가.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K 방역이 빛이 났고 이만큼 병원균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밤낮으로 방역에 열중이던 그들을 누가 거리로 내몰았는가.

갑작스런 의사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공포에 질렸다. 그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고 폐업을 배수진으로 정부와 대치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하게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등을 보였다. 이렇게 대치하는 사이에 희생자들이 생겨난다. 빠른 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겠나.

물론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이 재확산 일로에서 이래야 했을까. 정부도 의견 조율로 작금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중요한건 어떠한 제도나 정책을 펼치기 전에 관련분야 전문가, 담당 공무원, 당사자들의 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충분한 토의도 없이 밀어붙이니 튀어오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일대 재난 속에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발 빠른 안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근절되어야 일상으로 돌아 갈 수가 있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인 현실을 언제까지 인정할 텐가. 2차 확산일로에서 중요한 것이 방역이고 감염자의 격리이다. 그러한 일을 해내줄 사람들이 의료 인력인데 의사들이 가운을 벗어버리고 가두로 나오게 한 것은 실책이다. 4대 의료정책의 숙의기간을 두어 재점검하고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정책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다면 작금의 혼란이 정리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의료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신뢰를 만들 수 있을까.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아픔을 가진 모든 환자들의 선생님이 되는 그들은 자신에게만은 선생님이 되지 못하는 것인가. 최근 우리는 인륜과 도덕은 물론 질서마저 잃어 버렸다. 자신이 할 때는 정당한 방법이 되고 타인이 할 때는 부정한 방법이 되어 저마다 목소리만 키워낸다. 정부 역시 재난 상황에서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다는 카드로 엄청난 일을 번복하고 있다. 누구도 자신의 책임이라며 가슴을 치는 이가 없으니 향후 다가오는 결과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비상시국에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목소리가 큰 계층의 이권이, 기득권의 이권이 먼저 선행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바싹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상 초유의 재난 앞에서 공포와 혼란이 두렵지만 우리가 넘어서야할 장애물이기에 우리 모두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나 둘 합리적 이유라며 특권을 외치면 결국 모두가 장애물을 넘지 못한다. 작금의 상황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감당해야하는 피해가 커지기에 궤변과 강제가 아닌 투명한 정책으로 위기를 넘어서길 바란다. 자칫 의료인들이 감염병 확산가도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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