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野說天下
<제2화> 명필 이삼만 (2)목숨을 건 도둑질내기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학과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그 적동을 붙잡을 묘안을 이진사는 찾지 못했다. 수많은 서책을 탐독하고 숱한 이야기며 역사를 공부하면서 고을의 고명한 선비로 살아가는 이진사는 도둑질을 잘한다는 저 적동을 붙잡아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고 싶은 그 선비의 의기라는 것을 갖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 적동이의 재주가 얼마나 신통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마도 저 적동이 전쟁 같은 시대를 만났다면 적진에 들어가 중요한 정보를 훔쳐오는 자가 되었거나 적국에 들어가서 중요한 기밀을 몰래 가져오는 일에 종사했더라면 적격이었으리라는 생각을 나름 해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이진사는 그 적동을 자신의 집에서 우연히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적동이 이진사 댁에 전할 물건을 지게에 짊어지고 와서 창고에 부렸던 것이다. 적동을 보아하니 영락없는 쥐 얼굴이었다. 반짝이는 눈망울에 날카로운 턱, 가늘게 뻗어 내린 수염, 비록 쥐가 남의 것을 훔쳐 먹고 살아간다고는 하나 새끼를 많이 낳고, 쥐 굴을 파보기라도 할라치면 굴마다 벼이삭이며 곡식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으니 그 또한 만물에게 하늘이 공평하게 내려준 저만의 생존의 복이 아니겠는가! 하고 이진사는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허 허흠! 적동이 자네, 이리 좀 와보게,”

말없이 적동을 바라보고 있던 이진사가 마당가에 서있는 적동을 대뜸 불러 세웠다.

“아이구! 나리! 무슨 일이십니까?”

한달음에 달려온 적동이 이진사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어 어흠! 사실은 자네가 남이 갖지 못한 신기한 기술을 가졌다고 내 일찍이 들었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 우리 집 하인들이 일 잘하는 저 황소를 대문 앞에 매어 놓았네.”

이진사가 대문 앞에 매어놓은 커다란 황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적동은 대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이진사가 말을 이었다.

“내가 여기 마루에 앉아서 지키고 있을 것인즉 내일 동이 터 오르는 아침 안으로 저 황소를 나 모르게 훔쳐 간다면 저 황소를 자네에게 주겠네. 그러나 만약 훔쳐가지 못한다면 자네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약조를 걸고 내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네. 과연 자네 나하고 그 내기를 할 수 있겠는가?”

이진사는 머릿속을 찰나에 스쳐가는 생각을 주저 없이 말하며 적동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 적동이 과연 큰 도적의 당찬 기백이 있을 것인가?’ 큰 도적이라면, 정말로 간 큰 대도(大盜)라면 자신이 불리한 어느 상황에서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대책이 있을 것이기에 목숨을 아깝지 않게 내놓고 덤빌 것이고, 만약 작은 도적이라면 슬슬 눈치를 살피고는 꼬리를 사릴 것이 빤했다.

“예! 나리,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분명 저 소를 하룻밤 안에 진사나리 모르게 훔쳐만 가면 저에게 주신다는 말씀이지요?”

잠시 동안의 긴장을 깨고 적동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진사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가 보던 너무도 빤한 내기였기에 적동이 꼬리를 사리고 대번 작은 강아지처럼 땅에 배를 납작하게 깔고 낑낑대며 움츠러지려니 했는데 의외의 당찬 대답에 이진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적동을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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