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의 세상만사
전남 의대 설립은 시대적 소명이다
김우관 <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전남 숙원사업이던 ‘의대·종합병원 설립’이 또다시 원점으로 회귀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지난 7월 23일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회의를 통해 공공의료 체계 확대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의료 사각지대’인 전남에도 의과대학이 들어 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의료계 파업이 일면서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와 함께 공공의료 확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합의하는 바람에 전남 지역민들은 낙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결국 의료계 파업은 ‘의대 신설’이라는 전남의 30년 묵은 희망을 초토화 시킨 ‘참사’로 까지 비유될 정도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 19가 재확산의 정점을 찍던 시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 과정서 일부 환자들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으나 파업을 끝내지 않아 국민의 원성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을 코로나 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일부 의료단체는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파업 강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국민들은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공권력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공의료 정책 원점 ‘우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전라남도와 지역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원점 재검토’와는 별개로 의료 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남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의대·대학병원 설립’만큼은 관철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전남지역의 숙원인 대학병원 하나 없는 의료현실을 타개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그동안 의대 설립에 군불을 지피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정부 방침 발표 다음 날인 지난 4일 긴급 호소문을 냈다. 엄중한 코로나 19 상황인지라 김 지사의 호소문 내용에는 간절함과 조심스러움이 한데 묻어났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를 신설해 도민의 건강권을 보장해 줄 것”을 간곡히 바라는 내용이 주 요지였다. 전남의 의료 상황이 열악한 것은 각종 지표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부 의료 정책의 ‘원점 회귀’로 의대 설립을 바랐던 전남의 당위성이 혹여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호소문 곳곳에서 읽혔다.

전남에는 전국 60%에 달하는 섬과 산간 오지가 유독 많은 지리적 특수 환경 탓에 의료시설이 최악의 수준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의대신설은 그만큼 절박하고 절대절명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필요 시설임을 김 지사는 또다시 역설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전개될 의정협의체 논의과정에서 전남지역에 반드시 의대신설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역이기 아닌 풀어야 할 과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이에 가세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은 “200만 전남도민의 숙원인 전남권 의대 설립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냈다. 김 위원장은 “전남 의대 설립은 단순한 의대정원 확대와는 차원이 다른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불균형 발전 정책으로 낙후된 전남이 의료 인프라마저 소외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정의당 전남도당도 성명서를 통해 “전남 주민들의 염원인 공공의료 확대를 포함한 의료 공공성 확립 방안을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목포지역 시민단체 역시 “정부 정책이 이해집단의 파업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다. 고령 인구 비율 22.6%, 장애인 비율 7.6%로 의료취약계층 비율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의료 접근성마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단순하게 의대 유치만을 바라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절대 필요한 시대적 소명이다. 전라남도와 정치권, 도민 등이 한데 뭉쳐 반드시 ‘의대·종합병원 설립’은 이제 양보할 수 없는 숙명이요 과제다. 반드시 전남으로 가져와야 하는 논리 개발이 더욱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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