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위험 속 나홀로 탈출해 살았다
담양 수북면 산사태 원인 놓고 주민-지자체 갈등
주민들 “임도 건설 후 방치한 돌·나무 쏟아져 주장”
400m아래 피해마을 쑥대밭·주택 3채 파손 피해
대피문자 등 행정 조치 없어 주민 스스로 대피 논란

담양 수북면 대방리 산 5번지 인근에 위치한 마을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3채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독자제공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현재까지도 전남 곳곳이 신음중인 가운데 산태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전남 담양군(수북면 대방리)에서는 이로인한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 피해지역 주민들은 사고 예방을 등한시한 지자체의 안일한 행정행위에 따른‘인재’라고 주장하는 반면 담양군은 예상 불가능한 비가 내린탓에 빚어진 ‘천재지변’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갈등으로 인해 피해지역 주민과 지자체간 감정의 골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발단

이번 사고(산사태)는 지난 달 8일 새벽 2시께 시간당 80㎜안팎의 기록적인 폭우(7일부터 9일사이 600㎜ 이상 누적강수량 기록)와 함께 전남 담양군 수북면 대방리 산 5번지 병풍산 중턱에서 아랫방향(400m)에 위치한 마을을 향해 수 만개의 돌덩이들과 바위들이 쏟아지면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전체 마을 민가 7채 중 3채가 전부 파손 및 부분 파손 피해를 입었다. 금액으로 환산(주민 추정)할 경우 약 2억원 규모다. 전문가 분석결과 이 마을로 굴러 떨어진 바위와 돌덩이 양은 대략 덤프트럭 300대에서 최대 500대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마을 주민이 계곡과 비슷한 V자 형태의 지형이 생겨 큰 피해를 입은 산사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독자제공

◇부실한 안전 시스템

피해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담양군이 2018년 추진했던 임도 건설이 주요 배경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이 임도를 건설하면서 나온 돌덩이들과 폐나무들을 제때 처리하지 않고 무작정 쌓아뒀다가 임도 옆에 있는 배수로를 막게 됐고, 흐르지 못하고 고인 물과 함께 돌·나무들이 한꺼번에 마을쪽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면서 피해를 키웠단 설명이다. 임도와 가까운 약 20m 지점에는 마을로 향하는 계곡형태의 V자형 지형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형상 폭우시 많은 양의 물이 마을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물길을 돌릴 수 있도록 배수로 및 배수구 정비 및 설치, 옹벽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음에도 담양군이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피해주민들 주장이다.

비상상황시 행정적 대처도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지점은 70도에 가까운 급경사지로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발생 위험지역이었음에도 담양군에서는 주민대피 등 어떠한 예방적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피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사태로 주택 파손 피해를 입었던 주민들은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걱정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TV재난방송에서 비가 더 올것이란 정보를 듣고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새벽시간 스스로 현장을 벗어나 대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담양군이 관리하는 산사태 취약구역(전체 68곳)에서 피해마을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10여년 전 피해마을 주변 약 200m떨어진 지점에서 산사태로 주민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산에서 내려온 수백톤의 돌과 바위 그리고 나무들이 주택을 덮쳐 주택이 파손된 모습. /독자제공

◇사고 수습 한세월 주민 불만 폭주

사고 원인에 따른 온도차는 복구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사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담양군측에 물길 전환을 위한 임시 배수로 및 배수구 설치와 마을로 쏟아져 내린 돌덩이 제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 실제 사고 이후 두차례에 걸쳐 발생한 태풍(9호 태풍 마이삭·10호 태풍 하이선)에 따른 집중호우로 지난 9월 7일에는 마을 주택가에 근처에 서 있던 30m 높이 나무가 쓰러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담양군측은 최초 사고 발생 이후 무려 10여일이 지난 후에야 군청 관계자가 사고현장을 방문했고, 이후 마을을 지나는 일부 통행로를 막고 있던 돌만 치웠을 뿐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추가 조치가 없다는 것이 피해주민측 입장이다.

◇피해대책 요구 ‘봇물’

피해주민들은 재산피해는 차치하더라도 담양군의 안일한 행정에 더 많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다른 인근 지역들(담양내 산사태 400여군데 발생)의 피해도 커 우선순위에 밀렸다곤 하지만 위로 한마디 없는 행태가 괘씸하다는 것.

이에 피해주민들은 보다 적극적인 피해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철저한 산림지형 분석 및 안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미다.

피해마을 주민은 “산사태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태였다면 신속히 대응팀을 보내 인재로 인한 산사태의 피해 규모 및 복구 방안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민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담양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최초 사고 이후에도 무려 두차례나 태풍이 직간접적으로 지역에 영향을 끼쳤지만 이를 위한 대책마련은 뒷전이었다.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담양군 관계자는 “이번 산사태의 최초 원인은 임도건설 보다는 예상치 못한 폭우에 따른 자연재해로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담양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된 만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빠른 복구를 진행할 것이다. 현재 복구와 관련해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있고 실시설계용역을 위한 업체 선정 작업도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산사태 관리 구역에 포함된 마을들 이외에도 산과 가까운 마을들을 별도로 관리할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며 “향후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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