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농업 선구자 ‘고든 어비슨’
 

고든 어비슨

고든 어비슨(Gordon W. Avison, 1891∼1967)은 우리나라 근대의학과 의학교육의 기초를 놓은 세브란스병원 설립자 올리버 어비슨의 아들로, 일제강점기 광주YMCA를 기반으로 호남지역에서 농촌운동에 힘썼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제의 수탈로 피폐해진 한국의 농민과 농촌을 돕기 위해 미국YMCA는 고든 어비슨 등 농업전문 간사 7명을 한국에 파견했다. 인도 선교사의 딸로 간호사 출신인 부인(프란세스)과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온 어비슨은 1933년 광주YMCA의 최흥종, 최영균 등과 협력해 광주YMCA농업실습학교(어비슨농업학교)를 세웠다.

그의 농촌운동은 광주YMCA와 전남노회 소속 교회들과의 긴밀한 협력 가운데 이뤄졌다. 농업전문가로서 그는 쌀농사 외에도 토양을 좋게 하는 법, 우량 종자 보급, 종자 고르는 법, 온실농업, 축산(젖소·염소 등), 양계(칠면조·오리·닭 등), 양봉법, 목공 등을 가르쳤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곳곳에 야학을 열어 문맹 퇴치에도 힘썼다. 동역자들과 함께 각처에 신용협동조합과 농우회를 결성, 생활개선과 문화보급에 나섰고, YMCA가 열었던 대규모 야간학교 운영에도 적극 협력했다.

또 일제강점기 한국 청소년들의 체력과 호연지기 함양을 위해 유도·권투·축구단과 마을체육대회 등 다양한 사회체육 활동도 물심양면으로 지원, 당시 광주지역 사회체육의 터전을 놓는 데 힘을 보탰다.

안식년을 맞아 고향 미국에 머물렀던 어비슨은 통조림 기술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온 뒤 통조림 제조 장비를 만들고, 농산물을 장기간 저장하고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등 도움을 줬다.

아내 프란세스 어비슨은 당시 생산량이 적었던 우유 대신, 널려있는 콩을 젖산으로 발효시킨 후 포도당을 첨가해 만든 콩우유를 보급해 영유아의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또 결핵환자 등 중병자들의 집을 방문해 간호하는 등 희생적인 활동을 펼쳤다.

현재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교회 맞은편에 ‘어비슨기념관’을 건립해 그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기리고 있다. /정유진 기자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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