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닮아 붙여진 나방 이름 ‘볼수록 닮았다’신기
갈색·흑색 색깔같은 두툼한 갑옷 입은 것으로 착각
나뭇가지·껍질 잘게 부순 가루들 ‘천적 방어용’인 듯
먹이주고 기다렸으나 우화 관찰 실패 …‘회한’ 가득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7>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사진 1-1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2018년 8월 16일, 지리산 뱀사골)
사진 1-2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8월 16일, 동천동)
사진 1-3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8월 17일, 동천동)
사진 1-4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8월 17일, 동천동)
사진 1-5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8월 20일, 동천동)
사진 1-6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8월 20일, 동천동)

세상엔 별의 별 이상한 나방애벌레가 많다. 갈색과 흑색의 흙 같은 것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는 녀석, 꼭 두툼한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2018년 8월 16일

평소 즐겨 찾던 지리산 뱀사골이다. 뭔가 색다른 녀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고로쇠나무에 이상한 녀석이 보인다. 낙엽이 말랐나 하며 그냥 지나치려는데 조금씩 움직인다. 머리와 배 가운데 부분이 혹처럼 우뚝 솟아있어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처음엔 흙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으로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나 껍질을 잘게 부순 가루들이다. 아마도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리라. 주머니나방과와 무늬박이푸른자나방 그리고 붉은무늬푸른자나방등이 먹이식물을 뒤집어 쓰고 산다. 조심스레 녀석을 샬레에 담아 넉넉한 먹이와 함께 데려와 관찰을 시작한다.

#8월 17일

녀석의 배쪽을 볼수 있었다. 샬레 옆면에 붙어 이동하는 중이었다. 머리는 어떤 모습일지도 무척 궁금했는데 다양하게 보여준다. 어제까진 온몸에 둘러쓰고 있는 나뭇가루가 아주 많았는데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배 가운데 부분의 혹처럼 생긴것도 없어지고, 두께도 얇아졌다. 나뭇가지나 껍질을 어떻게 잘게 부수어 몸에 바르는지는 관찰하지 못해 아쉽다. 먹이도 잘 먹고 별다른 변화없이 3일이 지났다.

#8월 20일

점점 옅어져 가던 갑옷이 완전히 없어졌다. 본 모습을 보여준다. 갑옷 만들 때 이용하라고 함께 넣어준 나뭇가지는 그대로다. 왜 더 이상 갑옷을 안 입을까? 처음 채집해왔을땐 두툼한 갑옷이었는데 점점 없어지더니 지금은 맨몸으로 잘 산다. 아마도 종령이 되어 번데기가 될 때가 되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님 자연상태에서 구해 뒤집어 썼는데 없어서 그냥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걱정은 되었지만 잘 먹고 아무런 변화도 없이 잘 지낸다. 관찰하는게 지루할 정도다. 덕분에 녀석의 진면목을 제대로 담을수 있어서 좋았다.

#9월 3일

갑자기 번데기가 되어있다. 전날까지 별 변화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움직임도 둔하고 뭔가 변화가 있었을텐데 놓친 것 같다. 보통 번데기가 되기 위해 흙속으로 들어가던지, 먹이식물에 실을 치던지, 아님 먹이식물이나 나뭇가지에 메달리던지 할텐데 아무 조치도 해주질 않았다.

녀석에게 많이 미안하다. 먹이주는거 빼곤 해준게 없으면서 무사히 우화하기만을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결국 우화에 실패하고 만다. 더욱더 미안함이 밀려든다. 함부로 사육하지 말자 굳게 다짐해본다. 소중한 생명들이기에….
 

사진 2-1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 번데기(2018년 9월3일, 동천동)
사진 2-2 갈색점비행기밤나방 애벌레 탈피각(9월3일, 동천동)
사진 2-3 갈색점비행기밤나방

#관찰 후기

애벌레도 참 특이하지만 어른벌레도 이름에서 느껴지듯 비행기를 닮은 녀석이다. 우리나라에는 긴수염비행기나방을 비롯해 8종이 알려져 있는데 정말 비행기를 닮았다. 다른 비행기나방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데 욘석은 우화에 실패해 난감하다.

고민 끝에 평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던 ‘다초리 김상수’ 저자에게 부탁하여 어른벌레 사진을 받았다. 지난 6월 우리나라 나방 2천387종을 수록한 ‘한국 나방 도감’을 펴내 나방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녀석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또 하나의 교훈을 마음깊이 새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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