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개수 제한 없이 무료 제공

비상용 여성용품 자판기 운영 기준 없어
연령·개수 제한 없이 무료 제공
일부 시민 오남용 가능성 등 제기
이용률 저조…실용성에 의문도
“이웃 배려하는 시민의식 기대”

광주 서구청에 마련된 비상용 여성용품(생리대) 자판기. /광주 서구 제공

광주 각 자치구 여성화장실에 마련된 비상용 여성용품(생리대) 자판기가 기준 없는 운영으로 오남용 및 실용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광주광역시 5개 구에 따르면 현재 동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비상용 여성용품 자판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광산구와 서구는 지난해, 남구·북구는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구에 배치된 자판기 수는 광산구 구내 5곳(20대), 서구 구내 5곳(6대), 남구는 구내 4곳(4대), 북구 구내 5곳(5대) 등이다.

문제는 자판기에 대한 명확한 운영 방침이 없다는 점이다. 여성용품을 필요로 하는 여성의 나이는 10~50대 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운영하는 모든 구가 대상을 비롯 한도개수 등 최소한의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료로 불특정다수에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마음만 먹으면 한 여성이 수십 개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상시 제공이라는 의도와는 달리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각 구에서는 해당 자판기를 설치·운영하기 위해 수백만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가장 많은 자판기가 배치된 광산구는 지난해 150만원에서 올해 675만원으로 증액했으며, 서구 역시 2019년 360만원에서 올해 1천848만원으로 예산을 대폭 늘렸다. 올해 처음 여성용 자판기를 배치한 남구는 834만원, 북구는 550만원을 편성했다.

이와 더불어 낮은 이용률 때문에 실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산구의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률은 5.5명, 올해는 1.9명으로 추산된 바 있다.

각 자치구는 추후 이용 상황 등을 더 지켜본 뒤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판기 위에 마련된 코인을 넣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용에 시간 간격을 둬 시민들께 필요성 제고 시간을 갖게 하는 등 양심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자판기 별 이용객 추이에 따라 생리대 투입량을 조정하고 홍보물을 부착해 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먼저 시행된 서울 강남구 같은 경우에는 한 해 마련된 예산의 50% 이상이 절감되는 등 시민들의 협조로 잘 운영되고 있는 만큼, 정말 필요한 이들을 위해 배려하는 광주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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