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식 일동중 교장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목표와 함정
김홍식(광주국공립중등교장회장·일동중교장)

얼마 전에 교단을 떠난 선배의 초임교사 시절 일화다. 한번은 고1 학생들을 데리고 물가로 2박 3일의 캠핑을 갔다. 대부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벗어나 해방감에 들뜬 아이들의 행동은 인솔한 선생의 눈으로 볼 때는 아주 불안하고 마음에 영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러다가 안전사고라도 생긴다면 큰일 아닌가 하는.’ 무사하게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아이들의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이분의 성품이나 교육관 등을 보더라도 제자들에게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분이 아닌데도 상황이 좀 그랬나 보다. 그런데 선착순을 시키려고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목표로 할 만한 게 없었다. 조금 떨어진 강변의 풀밭에서 느긋하게 앉아 쉬고 있는 황소가 있을 뿐.

“황소를 좌에서 우로 돌아 선착순 1명!”

선생님의 호령에 놀란 아이들이 목표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평소와 사뭇 다른 선생님의 태도를 보고 분위기 파악을 한 녀석들이 눈치 빠르게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느닷없이 자신을 향해 무섭게 달려드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란 황소가 벌떡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계속해서 이를 뒤쫓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궁지에 몰린 황소가 강물에 뛰어들고 말았으니 이 얼마나 난감한 상황이 되었겠는가?

이제는 즐겁게 회상하며 한바탕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여기서 선배는 교사로서 깨달은 바가 컸다고 한다. 순간의 사려 깊지 못한 생각 하나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 데 따른 진지한 자기성찰이었다. 그래서 늘 “나의 목표는 바른가?”, “내가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목표는 타당한가?”, “혹시 그것은 아집은 아닌가?” 하고 스스로 점검하며 하루하루 학생들 교육에 임했단다. 꼭 이 일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런 자세로 임하다 보니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교단을 떠난 지금까지도 제자들에게는 물론 동료와 선·후배들로부터 여전히 존경받는 선생님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생각이나 가치관이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어느 한쪽의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거나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빠져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람들도 본다. 대개는 많이 배워서 다른 사람들보다 아는 게 많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지닌 지식의 창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려는 경향 때문에 타인과 세상을 불편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른바 ‘확증편향적 오류’에 빠져서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극히 오만하고 참혹한 독선이요 독단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끔찍하다. 잘못 설정된 목표를 향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서 열심히 추진하도록 독려하는 리더의 모습은! 이때는 옆에서 하는 조언이나 진언도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평소에는 유연한 자세와 소통 등을 강조하지만 이는 매우 원론적이고 선언적인 말에 불과하다.

새로 조직을 맡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옳고 타당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늘 검증해야 한다. 또한 생각이 다른 사람의 반대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앞서 이룩한 성과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마치 자기 이전에는 모든 게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며 뒤엎으려고 덤비는 것은 균형 있고 성숙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격의 없는 소통과 이를 통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자신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독선적인 리더는 효율적으로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갔을 때는 바로잡기 위해 너무도 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자기 한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사람 혹은 향후 십 년, 백 년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법”이라는 「페스트」의 타루 말을 되새겨볼 일이다. 사람은 사람이다. 누구나 불완전하고 그러니까 사람이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무모한 자기 확신이 오히려 더 큰 잘못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잘못 설정된 목표 때문에 빚어지는 커다란 시행착오나 불행한 결과 또한 본인이 감당하고 싶어도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인재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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