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2회)가장 힘센 사위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여보, 영감 우리 딸도 이제 열여덟이니 시집갈 나이 아니겠어요?” 잠자리에 누운 두더지 영감은 아내가 불쑥 던져오는 말에 귀를 열고 조용히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 “벌써 그렇게 되었구만, 할멈, 혹시 어디 사윗감으로 생각해 놓은 좋은 사윗감 있나?” 두더지 아내는 영감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내가 아는 곳에서는 아직 사윗감을 발견하지 못했다오. 영감은 누구 나 몰래 점찍어 놓은 사윗감이라도 있소?” 이렇게 물어오는 아내의 말에 두더지 영감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보는 것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배필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없었다. 이웃집 두돌이 녀석은 힘은 세지만 머리가 미련하였고, 건넛집 두생이 녀석은 머리는 약삭빨랐지만 힘이 모자랐고, 인물이 성에 차면 머리가 부족했고, 가문이 좋고 재산이 실하면 사람이 보잘것없어 보이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두더지 영감은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봄날 꽃송이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제 딸을 여기 저기 이웃의 덜 떨어진 허점투성이에 못나게만 보이는 총각 녀석들과 비긴다는 게 몹시 마뜩찮았다.
“없어! 무슨 그 녀석들은 절대로 안 되지!” 두더지 영감은 아내의 말을 몹쓸 것을 입에 문양 퉤! 하고 멀리 내뱉어 버리듯 말했다. “그럼 영감, 애 나이도 혼기가 찼는데 이러고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하긴 그러네…” 두더지 부부는 밤새워 말을 나누며 딸의 장래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렇게 그날 밤 말이 나오자 이제 두더지 부부는 밤마다 딸의 신랑감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밤 두더지 부부는 딸의 신랑감에 대하여 일종의 합의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자기 딸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를 얻어 결혼식을 올려 주기로 했던 것이다. 이제 두더지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가 누군가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서 가장 돈이 많은 두돈이 대감의 아들이라 해도 권력과 돈을 함께 가진 고을의 원님 아들보다는 힘이 약했고, 고을의 원님 아들은 또 한양의 정승 아들보다는 힘이 약했고, 정승의 아들은 한 나라의 임금의 아들인 왕자보다는 힘이 약할 것이었다. 물론 임금이 며느리 삼자고 두더지 영감에게 딸을 주라고 할리 만무했지만, 두더지 영감이 생각하기엔 그 임금의 아들 왕자라 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두더지 영감의 의견에 아내도 동의를 해왔다. 왕자라고 해봐야 세상의 모진 풍파에 몰리면 하루아침에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신세가 험악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또 권력에 대한 암투에 휘말리거나 내란이나 전쟁을 당하면 자칫 생명조차 부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고된 일을 해야 했던 모내기철을 보내고 있는 어느 밤이었다. 두더지 영감이 저녁을 먹고 진달래꽃이 지고 푸른 잎이 돋아나는 깊은 산 속에서 두견새가 울어대고 무논에 개구리가 우는 저녁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있는데 아내가 퍼뜩 말을 건네 오던 것이다. “영감,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는 아무래도 저 하늘의 해님이 아니겠소.” “…!” 그 말에 두더지 영감은 번갯불 맞은 양 머리가 번쩍 틔었다. <계속>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1회)두더지부부의 고민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2화> 명필 이삼만 (16·끝) 명필창암이공(名筆蒼巖李公)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3회) 염천국(炎天國)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4회) 해님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5회) 구름님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6회) 운천국(雲天國)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7회) 구름 궁전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8)풍천국(風天國)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3화>최고의 사윗감 (9)바람님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3화>최고의 사윗감 (10)미륵님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3화>최고의 사윗감 (12)두더지 총각
-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1회)신씨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