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축산분뇨 무단방류에도 손 놓고 있어

형사 고발은커녕 행정조치도 소극적

2년전 권오봉 시장까지 나서서 약속
 

도성마을 축산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장봉현 기자
도성마을 축산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장봉현 기자

한센인 정착촌인 여수 도성마을 일부 축산농가에서 가축분뇨를 바다에 무단으로 배출하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육안으로 봐도 시커먼 폐수에다 분뇨까지 떠있는데도 3개월에 한번씩 하는 정기 수질검사에서 적합판정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비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6일 여수시에 따르면 도성마을의 ‘가축분뇨 전자인계시스템 명단’에는 15개 업자가 양돈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주민은 4명이고 나머지 11명은 외지인이다. 원주민 3명도 폐업을 했거나 앞두고 있다.

도성마을의 축산농가는 돼지 7개 농가 7천250두를 비롯한 12개 농가에서 1만6천여 마리의 돼지와 소, 닭 등을 사육하고 있다.

도성마을에는 수년 전부터 외부인들이 들어와 기업형 축산을 시작했고, 지어진 지 20년 된 노후 된 폐수처리장이 분과 뇨가 섞인 폐수를 모두 처리하지 못해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축사에서 나온 분뇨는 정화시설을 거쳐 마을 공동처리시설에 모아진 후 약품처리와 침전 과정 등 정화를 통해 바다로 배출하게 돼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불법 사항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여수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분뇨 찌꺼기까지 떠있는 축산 폐수를 바다에 그대로 배출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도 정작 행정당국이 대책 마련은커녕 사실상 축산 업체를 비호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도성마을 공동처리시설에서 정화된 물은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전부 ‘적합’ 판정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여수시는 이들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료를 채취해 수질검사를 해왔고 모두 정상 기준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폐수를 바다에 배출하려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120ppm 이하 등의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들 축산 업체가 이를 지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민원에 의해 불시에 시료를 채취해 이뤄진 검사에서는 방류수 수질 기준을 크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여수시는 이를 적발해 공동처리장 운영 관리를 맡고 있는 도성축산영농조합에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여수시가 도성마을 축산폐수 등의 문제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도성마을 환경문제는 2018년 여수시의회와 최무경 전남도의원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여수시는 환경개선 TF팀을 꾸리고, 권오봉 시장이 직접 도성마을 찾아 사랑방 좌담회를 열고 환경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수시가 최근 2년간 도성마을 축산분뇨 배출 등의 문제와 관련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지난해 5월 겨우 한차례에 불과하다. 형사고발은커녕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주민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행정 처분 이후 최근까지 수질검사에서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하수 처리 절차나 장비는 그대로인데도 정기 수질검사와 불시 수질검사 결과가 다른 점은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남도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최근에도 무단 배출한 것이 주민에게 적발됐다.

지난달 29일과 30일 마을 주민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가축분뇨 공동처리장에서 배수펌프장 수문을 거쳐 바다로 흘러든 축산 분뇨가 제방 앞 일대를 거의 덮었다.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은 “온갖 축산 폐수가 바다고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여수시의 태도는 너무나 아쉽다”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배수펌프를 가동해 바다로 내보내는 등 분뇨를 상습적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최근 위반사항을 상당수 적발했고, 형사고발 조치 등 엄정 대응하겠다”며 “도성마을 환경개선 문제는 주민들 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이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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