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코로나 난국에 긴 인생 여정을 출발하는 청춘들에게

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코로나 난국에 긴 인생 여정을 출발하는 청춘들에게
 

윤종채 주필 이미지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달 30일, KBS가 선보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은 대중들에게 그가 어떤 가수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각인시켰다. 일명 ‘나훈아 신드롬’이다. 숱한 대중가수가 명멸하는 음악계에서 73세의 노가수가 2시간 30분 동안 보인 에너르기쉬와 카리스마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노랫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만의 독특한 철학을 담아 대중의 가슴에 정확히 와 닿았다. 2020년에도 신곡 아홉 곡을 자작곡으로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신선함과 노가황(老歌皇)의 살아있음을 입증했다고나 할까. 특히 타이틀곡인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의 가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신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너무 좋아 죽습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어요 자랑하고 싶다구요/ 난생 처음으로 향수도 뿌리고/ 핑크색 셔츠로 멋도 부리구요/ 교회도 가려구요/ 왜냐면 그녀가 기도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꿈인가요 아닙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어요 아주 그냥 푹 빠졌어요/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엄마가 더 신났어요/ 내가 사랑에 빠졌어요 온 사방이 난리예요/ 난생처음으로 무스도 바르고/ 물방울 넥타이로 멋도 부리구요/ 상상도 못했던 깜짝 이벤트로 멋지게 프러포즈 하려구요/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이제 나도 짝 있어요/ 내가 사랑에 빠졌어요 결혼까지 하려구요/ 올가을에 하려구요 결혼식에 꼭 오세요’ 그야말로 젊은 날 애인이 생겼을 때의 가슴 설레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 모바일 청첩장은 여전히 받아보지만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결혼건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줄어들고 있다.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결혼식은 올해도 예외 없이 신기록을 작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23만9천159건이다. 1996년 43만 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혼이 11만800건임을 감안하면 결혼가정은 역대 최저치를 넘어 우려할 만큼 줄어들고 있다. 1970년 우리나라 이혼은 1만 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무려 17만 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된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결혼 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천 명 가운데 비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54.7%로 나타났다. 결혼을 안 해도 괜찮다는 젊은이들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하지만 결혼은 여전히 우리네 삶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르는 가장 큰 행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결혼식 하객이 50명으로 한정되고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식사를 답례품으로 대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딸의 얼굴이 울상이다.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에 학교·사회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초청해 축하를 받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은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사랑을 지키는 울타리로 결혼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어마어마한 노력도 포함된 표현일 것이다.

결혼하면 배우자에 대해 평생 배워야 한다. 존중하고 배려하며, 친밀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저주가 아닌 축복의 말을 해야 한다. 배우자를 먼저 변화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배우자의 잘못된 행동과 구별해서,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서로의 가치 탱크를 채워줘야 한다. 남편은 아내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생각을 존중하며, 잘못한 경우 사과를 통해 아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을 듬뿍 줘야 한다. 아내는 용납, 칭찬, 감사를 통해 남편이 필요로 하는 존경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대접 받기 원하는 대로 대접해야 한다. 배우자가 내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기 전에 내가 배우자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절로는 안 된다. 책이나 교육 등을 통해 배워야 한다. 우리는 운전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면허증을 취득한다. 그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결혼생활과 자녀 양육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배울 필요가 있다. 배우면 좋아진다. 결혼은 평생 지속돼야 하는 긴 여정이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사랑에 프로가 되겠다는 것이다. 결혼 생활은 아무 대가 없이 무한한 행복이 예정돼 있는 낙원이 아니다. 결혼은 뼈를 깎는 고행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죽도록 밉다가도 자고나면 좋아지는게 부부다. 그래서 동고동락이 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긴 여행길을 함께 가야 할 부부는 각자의 가슴 속에 먼저 사랑과 신뢰라는 기름부터 가득 채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기나긴 인생 여정을 출발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종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