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생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박재만(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는 흔히 3년 동안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중세유럽의 페스트 대유행과 비교되곤 한다. 코로나19는 페스트 대유행이 중세유럽의 봉건제도를 뿌리째 뒤엎고 교회의 권위뿐 아니라 경제의 흐름과 개인의 가치관에 엄청난 충격을 준 것처럼 크나큰 사회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대전환의 시대’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전환을 준비해야 하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실의 건너편을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으로 지금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서사를 써나가야 한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다. 더불어 우리 지역이 가진 고유한 공동체성으로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절차상의 부족함이나 정치적 수사 여부를 떠나 광주·전남 행정 통합, 자치구 경계 조정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용섭 시장의 제안은 개인적으로 시의적절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 시장은 명절 연휴에 광주시의회 의장단에 이어 5개 구청장, 8개 지역구 국회의원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다행히 참석자 모두 지역 발전에 뜻을 모으자는 긍정적인 언론보도가 나와 한껏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역 언론들은 원론적인 공감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번 기회에 꼭 유의미한 진전을 이룰 것을 주문했다. 필자는 지역 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제안에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거리로 던져보고자 한다.

첫째는 시·도 행정 통합이 됐든 자치구간 경계 조정이 됐든 전남은 전남대로 광주는 광주대로 지역의 여론을 모으려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 통합의 경우 당시 허경만 전남지사와 송언종 광주시장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자치구간 경계 조정 역시 지역민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찬성에도 불구하고 지역정치권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며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지역민이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학계,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연대논의기구 구성을 주문하고 싶다. 논의기구가 중심이 돼 지역을 돌며 토론회도 열고 지역민 여론도 경청하며 해법을 찾자.

둘째는 포스트 코로나, 대전환 시대의 대비는 산업사회의 종말과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그린뉴딜과 같은 흐름에서 보듯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 정립과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치구 경계 조정은 경제적 낙후, 심각한 인구 편차, 기형적 선거구 개편 등의 현실을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장기적인 안목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요컨대 지역의 자구책 마련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당에 재정 확대와 행정 권한의 대폭 이양을 담은 실질적 자치 분권을 촉구하는 노력도 동시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로 남지 말고 우리 안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전남은 농촌의 쇠퇴로 22개 중 18개 시군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대구와 경북, 부산·울산·경남처럼 지방의 역량을 강화하고 수도권 집중에 맞서 스스로의 힘을 키워내자. 지치구간 경계 조정에 있어서도 추상적인 구민 정체성 운운하며 메아리만 울릴게 아니라 하나의 생활권인 광주공동체의 상생 공존을 위해 논의의 장을 펼쳐 보자. 광주와 전남이 분리된 지는 겨우 34년 전의 일이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불과 25년 전의 일이다. 각자가 아닌 공동 대응으로, 서로 피 흘리는 경쟁이 아닌 상생을 위해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그 환경에 맞추어 적응한 종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대전환의 시대를 앞둔 지금, 우리가 되새겨야 할 금언(金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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