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자현장-본질 흐려지는 나주 SRF 우려깊다
심진석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 본질 (本質)의 사전적 의미다. 본질은 어떠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진행되는 대화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본질을 얼마만큼 잘 유지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의 향방이 결정돼서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본질을 얼마나 흐리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나주 (SRF)고형폐기물 열병합발전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됐던 ‘민관협력 거버넌스’ 논란의 진행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짝’하고 손뼉을 칠만큼 어찌 그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지 그저 웃음만 나온다.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달 29일 민관협력거버넌스의 시민 대표격인 나주 SRF사용반대범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가 전격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20차 민관협력 거버넌스에서 체결한 부속 합의 논의 기간 연장 합의서 내용 중 “열 공급을 난방공사 재량에 맡긴다”라는 문구를 두고 빚어진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범대위의 탈퇴 선언은 환경영향조사 이후 손실보존방안 마련을 거쳐 주민 수용성 조사 실시 후 최종 합의서 체결까지 SRF 해결을 위한 각각의 정거장들이 송두리째 사라질 판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범대위, 산업부 등 5자 합의체였던 거버넌스 해체도 확정이다. 지난 3년여간 숨가쁘게 지나온 투쟁과 갈등의 상흔끝에 겨우 만들어 낸 ‘결실’이 이젠 과거 추억거리로 전락하게 생겼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은 갈등이 잘 봉합됐으면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 중이다. 산업부는 여론 추이만 살펴보고 있고 한난은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하는데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남도는 먼산만 보고 있고, 나주시는 느닷없이 광주시 잘못을 지적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진지 오래고 어린애들 마냥 잔뜩 떼만 쓰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나주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협상이나 대화에서 기본은 본질을 얼마만큼 유지하느냐다. 이게 무너지면 남는건 결국 갈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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