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전화위복(轉禍爲福)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물관리의 시작

김광훈(영산강살리기 네트워크 상임대표)

올해 8월 역대 최장기간 지속된 장마는 54일 동안 전국에 약 686.9mm의 비를 쏟아부었고, 전국 곳곳에 수해로 인한 깊은 상처를 안겼다. 길고 긴 장마 끝에 하천의 수위는 낮아졌고, 도움의 손길과 모두의 노력 속에 수해 지역은 점차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으나, 이번 수해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8월 7일과 8일, 양일간 섬진강댐 하류 하천 유역에는 평균 349.5mm의 비가 쏟아졌는데, 이는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강우량을 넘어섰다. 반면 하천의 설계 홍수량은 100년 빈도이기에 금번의 예기치 못한 폭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향후 동일한 상황에서 댐이 방류를 하지 않더라도 하천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개선이 없다면, 제방은 또 무너지고 하천은 다시 범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물관리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상류-하류, 본류-지류로 연결된 하천의 구조에 맞는 유역 단위의 대대적인 조사와 정비가 요구된다. 즉, 하천관리의 일원화를 통해 홍수기 및 갈수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하천의 수량 및 수질 관리는 환경부, 하천 시설관리는 국토교통부, 도시 내 치수 관리는 행정안전부로 관리 주체가 분리되어 통합적 치수 관리에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200년 빈도의 홍수를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타 수계와는 달리, 섬진강 수계의 경우 100년 빈도의 홍수를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치수 관리에 취약하다. 지류 및 하류의 하천관리 역시 규모에 따라 관리 주체와 설계 빈도가 달라 통합관리가 적절히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번 수해로 인해 붕괴된 섬진강 제방의 경우, 56년 전인 1964년 만들어져 1992년 보수공사가 이뤄진 게 마지막이었다. 결국 노후화된 제방은 관리되지 못한 채 수십 년 동안 침식되고, 깎여나가다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또한 섬진강댐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농어촌공사 3개 기관이 발전, 농업용수, 생활용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번 수해는 분리된 책임과 권한,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부족했던 치수 정책과 시설관리가 함께 빚어냈다. 따라서 개선방안 역시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관과 지자체 모두가 합심하여 마련하고 실시해야만 비로소 근본적인 대책이 완성될 것이다.

정부는 2018년 6월 시행된 물관리 일원화를 통해 체계적인 국가 물관리체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이번 수해는 우리의 물관리체계와 시스템의 한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 의 힘 앞에 엄청난 피해를 보았지만, 그동안 다른 재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왔던 것처럼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선진 물관리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범정부적인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을 통해 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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