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설립 ‘선택 아닌 필수’

정광호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신안2)

“흑산공항 건설로, 흑산도 하늘길 좀 열어주세요.”

흑산공항은 해당 지역민의 삶과 미래와 관련된 문제이고, 전남도와 신안군의 최대 과제이기에 정부는 12년째 외치는 목소리에 이제는 응답해야 한다.

흑산공항은 지난 2008년 울릉공항과 함께 건설 논의가 시작되어 비용대비 편익 등 경제성 부분에서는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립공원이 아닌 울릉공항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반면, 흑산공항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 심의에 보류된 채 12년째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흑산권역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선박으로 하루에 2회(왕복) 운행되고 있다. 연간 결항률은 11.4%(52일)에 달한다. 1년 중 평균 110일은 기상여건 등으로 반나절 이상 통제되며, 서울에서 흑산도 까지는 총 7시간이 소요돼 대체·보완 교통수단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흑산도와 인근 도서지역의 응급환자 또는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뱃길이 막히면 섬 안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한다. 이처럼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사각지대를 위한 대책으로 목포해경 응급 헬기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역민들은 이런 이유로 그 많던 가족, 형제, 친구들이 다 도시로 떠났다며 소형공항만이 ‘살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6만명(외국인 7천명)의 관광객이 흑산도(홍도)를 찾아온다. 만약 흑산공항이 문을 열면 서울~흑산도가 1시간 거리로 단축되는 등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편리성 또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 공원위는 철새보호대책, 국립공원 가치 훼손 등의 우려로 승인을 보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신안군의 입장은 환경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흑산공항 면적은 0.547㎢로써 전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면적(2,266㎢)의 0.02%에 불과하다. 또한 흑산공항 개발 예정지는 병해충, 태풍 등의 영향으로 나무들이 이미 많이 고사되어 있는 상태라 이 자리에 공항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은 환경훼손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나라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국립공원·세계문화유산 지역에 소형공항 건설해운영하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 남쪽 약 60㎞ 해상에 위치한 원형 섬인 야쿠시마는 일본 열도 전체 4개 밖에 없는 세계자연유산이지만 현재 활주로 1천500m 규모의 소형공항이 들어서 있다. 일본의 31번째 국립공원인 케라마 제도에는 800m 규모의 공항이 운영 중이다. 또 인도네시아 발리섬 동쪽의 1천여 개의 섬으로 형성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에는 코모도 공항(1천393m)과 롬복 국제공항(2천750m)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국립공원구역 변경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7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공원구역 해제(조정) 요청서를 다도해 서부사무소와 국립공원연구원, 국립공원 타당성 조사 추진기획단에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흑산공항 예정지를 비롯한 지역주민 생활민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허나 지역민은 울릉공항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상실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울릉도는 흑산도와 지리적 여건과 생태 환경, 영토의 특수성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릉공항은 지질공원이라는 이유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흑산도 주민들은 이제야 정부가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한 국립공원 지정을 원망하며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후대에 사람이 사는 땅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현재 국토 서남단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는 주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외침일 것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의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 예정된 제3차 국립공원 해제 변경안 결정·고시가 다가오고 있다.

제발 이번에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해묵은 논란은 뒤로하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지역민의 교통 기본권 확보를 위해 흑산공항의 하늘길을 열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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