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여수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지난주 경제계의 가장 핫한 뉴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소식이었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 만의 세대교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정몽구 회장에 이은 3세 경영 체제에 들어섰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7월 중순부터 대장게실염으로 3개월째 병원에 입원 치료 중으로 현재 다소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이 병세가 좋아지고 있다지만 정 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의 경영 일선 퇴진을 지켜보며 그가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던 중 2007년 여수엑스포 유치와 2012년 성공개최를 위해 헌신했던 당시가 떠올랐다. 벌써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필자는 당시 광주 CBS 기자였다.

2012년 엑스포 유치전에는 우리나라의 여수를 비롯해 모로코 탕헤르시와 폴란드 브로츠와프시가 치열하게 경합하던 상황에서 2007년 11월 27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대한민국의 여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한다.

정부 차원의 노력과 국민의 성원, 그리고 동원그룹과 GS칼텍스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역할도 컸지만 정 회장의 헌신적 지원은 특별했다.

여수엑스포 조직위 명예위원장이었던 정 회장은 2007년 4월 그룹 내에 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이래 7개월간 지구 세 바퀴에 해당하는 12만6천㎞를 돌며 세계 정부인사 150여 명을 만나 여수 유치 당위성을 알리는 민간 외교에 나섰다.

특히 같은 해 10월 초에는 전 세계 BIE 대표단이 주재하는 프랑스 파리에서 60여개 회원국 대표를 미국 마이애미로 초청해 면담과 만찬 행사를 주재하는 등 여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유치 활동을 펼쳤다.

중남미는 36개국의 유럽 다음으로 많은 25개국의 BIE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어 개최지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해 줄 전략적 요충지였다.

또 한 달 사이 유럽의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남미 브라질 등 2개 대륙 4개 국가를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의 경우 비행시간만 52시간이었다.

유치 이후에도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공사 진척 상황 등을 점검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현대차그룹은 여수엑스포 최상위 등급 후원사인 ‘글로벌 파트너’로서 입장권 20만장 구입, 박람회 기간 차량 제공 등 후원 활동을 했다. 정 회장의 헌신에 대한 에피소드는 차고 넘친다.

정 회장은 전 세계 190여개국에 펼쳐져 있는 현대 기아차 법인, 지역본부, 딜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 가동해 여수 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이처럼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년 동안 현대차 그룹의 총수로 있으면서 여수의 엑스포 유치와 성공개최를 위해 보였던 헌신은 정 회장 개인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유치전 성공 이후 박람회장 건설에는 도로·공항·철도 등 인프라 시설 확충에 7조7천억 원, 부지 및 시설조성에 1조7천억 원, 호텔·리조트 등 민간투자 2조 원 등 총 11조4천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에서 박람회장 인근의 엑스포 역까지 KTX로 3시간대에 주파하게 됐다. 여수가 개벽한 것이다. 동기 부여를 한 정몽구 회장의 작품이다.

오늘의 여수 발전이 있기까지 여수산단을 비롯한 경제계가 버팀목이 되었지만 그래도 정몽구라는 사람이 앞장선 여수 엑스포 유치가 절대적이었다고 단언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수시는 2007년 여수 유치 때 정 회장에게 감사의 표시로 명예 시민증을 전달했고 2012년 정부는 정 회장에게 여수엑스포 개최를 지원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정 회장과 여수의 인연은 영원하게 됐다.

그러나 여수 엑스포 유치 1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민선 자치단체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는 정 회장의 헌신을 잊고 살거나 소홀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제 여수시민들이 정 회장에게 답할 차례다. 그 주체가 시민들이든, 민간단체든, 여수시든, 의회든, 또는 상공인들이든 뜻을 모아 여수 엑스포 공원에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깃든 기념비나 흉상을 제막하거나 명예의 전당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든 정몽구 회장의 헌신을 기리는 것은 어떤지 제안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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