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눈에 띄지않아 숨은 그림 찾는 느낌
초창기 비행기 닮은 애벌레 실제론 보기 어려워
함평 생태공원에서 수 차례 반복 끝에 극적 발견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0 >긴수염비행기나방애벌레

 

사진-1 긴수염비행기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사진-2 긴수염비행기나방(2016년 7월 28일, 백마산)
사진-3 긴수염비행기나방애벌레(2017년 8월 26일, 함평생태공원)
사진-4 긴수염비행기나방애벌레(2017년 8월27일, 동천동)
사진-5 비행기나방(2013년 11월 23일, 매곡동)
사진- 6 비행기나방(2013년 11월 23일, 매곡동)

많은 나방을 봐 왔지만 이 녀석도 참 독특하다. 마치 초창기의 비행기처럼 생겼다.

2015년 6월 23일, 병풍산에서 녀석을 처음 만났다. 야간등화를 하던 중이었다. 첫 느낌은 세련되지 않은 비행기 같았다. 이후 녀석을 무던히도 찾았지만 볼 수 없었다. 1년이 더 지난 2016년 7월 28일 회원들과 함께 찾은 서구 백마산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뭔가 휙 날아 간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 살포시 앉는다. 잽싸게 녀석을 쫓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녀석을 담는데 성공했다. 어디 앉아 있는지 미리 알고 접근하니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발견할수 없다. 몇차례 나방 강의를 하면서 녀석을 소개했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 속 녀석을 찾질 못했다. 숨은그림 찾기 소재론 그만이다.

애벌레는 도감속에서 많이 봐서 눈에 익지만 실제론 만날수가 없었다. 정말 보고 싶은 녀석인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함평 자연생태공원에서 근무하는 회원으로부터 궁금한 녀석을 만났다는 연락이 왔다. 딱 보니 내가 찾는 녀석이다. 긴수염비행기나방애벌레다.

다음날 바로 가기로 약속을 한다. 꼭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2017년 8월 26일, 함평 자연생태공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자주 찾았던 곳이라 낯설진 않다. 서둘러 목격했다는 장소로 이동한다. 마음이 급하다. 꽃이나 나무등과 달리 애벌레는 바로 찾지 못하면 다시 보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몇 번의 헷갈림을 반복한다. 먹이식물인 옻나무, 개옻나무가 많다. 잎 뒷면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녀석을 어렵사리 찾았다.

멋진 녀석이다. 연한 연두색에 검은 점들이 많고, 머리 부분이 굵고 배 끝부분으로 갈수록 가늘어 진다. 녀석의 특징은 어린 유충과 종령 유중의 형태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 찾아 봤으나 보이질 않는다. 소중히 녀석을 데려와 관찰한다.

2017년 8월 27일, 하루가 지났는데 색이 변했다. 번데기가 되려나 보다. 녀석은 지면 바로 위 낙엽층에서 번데기가 되는데 아뿔싸, 낙엽층을 만들어 주지 않았네.

나의 실수로 녀석은 번데기가 되질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녀석에게 많이 미안하다. 데려 올 때 이미 종령이었는데 낙엽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사육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막상 닥치면 항상 이 모양이다.

정상적으로 번데기가 되었다면 10월쯤이면 우화하였을텐데 많이 아쉽다. 또 하나 배운 샘이니 귀한 교훈을 얻은 것이다. 다음부턴 애벌레와 어른벌레 확실한 녀석은 가급적이면 사육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성장과정을 아는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했을 경우 녀석들에게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

비록 번데기가 되는 과정에서 실패했지만 두 번에 걸쳐 담아 놓은 어른벌레 사진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어른벌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행기와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에 긴수염이 들어있는데 실제 녀석의 더듬이는 길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아직 애벌레를 만나지 못했지만 더 비행기 같은 나방이 있다. 비행기나방이다. 2013년 11월 23일 매곡동 적십자사에서 가진 협회 ‘회원의 날’ 행사장에서 만난 녀석이다. 나방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행사장 전시탁자에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무늬도 모습도 참 멋지다.

7~8월 붉나무에서 관찰이 가능한데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아직 내 눈엔 보이질 않는다.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애벌레를 보기가 쉽지않다.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는 일부 종을 제외하면 거의 볼수가 없다. 내년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 밖에….

글·사진 /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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