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4회)소도둑놈
<제4화>기생 소백주 (제4회)소도둑놈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이웃마을 덕만이라는 중년의 농부가 봄날 소 쟁기질을 논에서 하고 논둑에 소를 매어 두었다. 힘들게 일한 소에게 논둑에 무성한 풀을 뜯어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덕만은 논에서 삽으로 논둑을 고치고 흙을 고르는 일을 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으니 건너 논에서 일하는 늙은 농부가 집에서 새참을 내왔는지 막걸리를 한잔 하라고 오라고 손짓하며 소리쳤다. 덕만은 흙 묻은 손을 논물에 씻고 개울을 건너가 늙은 농부와 두어 잔 막걸리를 마시고 돌아왔다.

덕만이 다시 일을 하려고 삽을 손에 들며 얼핏 소 매어둔 자리를 보니 소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쇠말뚝을 실하게 박아 소고삐를 매어 두었는데 소가 보이지 않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덕만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 한달음에 논둑으로 뛰어가서 소 매어둔 자리를 확인해 보았다. 쇠말뚝이 뽑혀져 버린 것이 풀을 뜯어먹다가 어디로 가버린 것 같았다. 멀리 주위를 휘둘러보는데도 소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메! 이거 환장허겄네! 소가 어디로 갔지! 대낮에 눈앞에서 소를 잃어 버렸단 말인가!’ 농촌에서 소는 귀한 살림밑천이었다. 논밭 쟁기질 부려먹고 수레 달아 무거운 짐 나르고 집안에 혼례 등 대사 치를 때 팔아서 요긴하게 돈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소를 잃어 버렸다니!

덕만은 절망으로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생각해보니 쇠말뚝이 소가 풀을 뜯어 먹으려고 힘을 쓰는 바람에 빠져 나가버렸다면 풀을 뜯어먹으면서 그 자리를 맴돌 것이었는데 누군가 소도둑놈이 일부러 사람 눈 잃어버린 틈을 타서 훔쳐가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덕만은 소 잃어버린 낙망한 가슴으로 이리저리 미친 듯이 들을 뛰어 달리며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소는 그림자도 없었다. 필시 소도둑놈이 소를 훔쳐 이 좁은 산골짜기를 빠져 나가버린 게 분명했다.

덕만은 손에 흙도 씻지 못하고 그 길로 용하다는 이웃마을 점쟁이 정씨 영감을 찾아 갔다. 점쟁이 정씨는 인근에서 몰려온 사람들에게 점을 쳐주고 있었다. 자기 차례가 오자 덕만은 부리나케 정씨 영감 방으로 들어갔다.

“영감님! 논에서 쟁기질 한 소를 논둑에 매어 두었는데 없어져 버렸소. 소도둑놈을 좀 잡아 주어야겠소.”

덕만이 다급하게 말했다.

“가만! 가만! 임자가 논에서 놓아버린 소를 날더러 찾아 달라니! 그 참!”

수염이 허연 점쟁이 정씨 영감이 덕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감님! 애간장이 펄펄 타서 못견디겠구만요. 소만 찾아주면 복채는 두둑이 드릴 테니 어서 빨리 좀 점을 쳐주시오.”

덕만이 우는 소리로 애걸하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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