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전남 국회의원님! 어디 계신가요?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경제학 박사)
 

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

가끔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유모차를 만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 손을 잡고 재잘거리는 두세 살 아이도 본다. 결코, 자주는 아니다. 10여 년의 시간이 떠나가면 이와 같은 광경은 그림에서나 볼 법하다.

올해 들어 나의 머리를 지배하는 용어는 ‘에이지 쓰나미’(Agetsunami)이다. 말하자면, ‘인구 급감 쓰나미’이다. 20여 년 전에 만난 용어 ‘에이지 퀘이크’(Agequke)는 수명이 다했다. 고령화, 고령·초고령 등의 사회로 전환하면서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 또는 그로 인한 충격은 이미 현실이다.

아마도 5년여가 지나면 2020년은 저 멀리서 밀려오는 ‘에이지 쓰나미’가 망원경의 시야에 들어온 해로 기록될 거다. 2020년 1월부터 8월 사이의 출생아는 전국 188,202명, 전남 6,765명이다(통계청, <2020년 8월 인구 동향>). 이를 단순하게 1년으로 환산해보니, 2020년 출생아는 대략 전국 282,303명, 전남 10,147명이다. 출생아가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증유의 역사적 상황에 직면했다.

간단히 가정하자. 2100년까지 매년 출생아는 30만 명이다. 모두 80년 이상 생존한다. 가임여성 숫자는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2100년 우리나라의 80세 이하의 인구는 얼마인가? 2천4백만 명이다. 가임여성 숫자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현실은 매년 출생아 30만 명도 보장하지 못한다. 올해 9월 주민등록인구는 약 5천1백84만 명이다. 소박한 수준의 전망이나 불길하다. 80년 후에 우리나라 인구는 현행 수준의 절반 정도이다.

전남의 인구는 전국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가정하자. 2100년까지 전남의 매년 출생아는 1만 명이다. 모두 80년 이상 생존하고 전남지역에 거주한다. 그렇다면 2100년 전남의 80세 이하의 인구는 80만 명이다. 올해 9월 전남의 주민등록인구는 1,851,124명이다. 80년 후 전남의 인구는 현행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한 국회의원은 소수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국정감사 인구’를 입력하니, 인구소멸위험 지역, 인구 위기 문제 대응, 인구 절벽 시대 군 병력 유지 등에 대해 질의한 국회의원은 3명(행정안전위원회 양기대, 보건복지위원회 최종윤, 보건복지위원회 김병주)이다. 필자의 검색 능력 부족 탓인지, 그 밖의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 3명 중에 전남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

왜 전남 국회의원의 인구에 대한 문제의식은 드러나지 않을까? 그런 까닭의 실마리를 ‘대한민국 국회’ 누리집에 제시된 전남 국회의원이 소속한 상임위원회를 살펴보고 찾았다.

21대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회운영위원회를 비롯하여 17개이다. 전남 국회의원 10명 모두의 정당이 똑같다. 일사불란(一絲不亂), 실오라기의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아마도 그런 자세로 국가와 전남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의제(Agenda)로 설정하는 작업에 노심초사하리라 기대한다.

그러한 기대가 현실로 바뀔까? 우선 전남 국회의원 10명은 소수다. 상임위윈회 숫자 17보다 더 작은 숫자이다. 각 상임위에 1명씩만 들어간다 해도 산술적으로 7개 상임위에서는 전남 국회의원을 보기 어렵다. 둘째, 한정된 인적자원이나마 다양하게 고루 배치되어야 전남 지역의 현안을 사회적 쟁점이나 국가의 의제로 설정할 기회를 잡기가 용이할 텐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편중됐다. 전남 국회의원 10명 중 5명이 그 상임위원회 소속이다. 상임위원회별 분포를 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주철현, 이개호, 김승남, 윤재갑, 서삼석)는 5명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신정훈), 법제사법위원회(소병철), 교육위원회(서동용), 국토교통위원회(김회재), 보건복지위원회(김원이), 정보위원회(이개호), 국회운영위원회(김원이)는 각각 1명이다.

전남이 직면할 에이지 쓰나미는 어디쯤 올까? 서해의 먼바다에서 출발하여 이미 서해의 끝 섬 가거도를 지났을까?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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