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쌀 생산량 엉터리 조사에 농심 ‘부글부글’
통계청, 전남지역 전년 대비 0.2% 증가 발표
농민단체, 재배면적 증가 탓 실제론 감소 ‘반발’
‘현실과 괴리’이구동성 한 목소리…재조사 요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은 지난 달 28일 전남도청 앞에서 전남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정책의 핵심적인 지표로 쓰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을 전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전농 광주전망연맹 제공

전남 농촌 들녘에 갈수록 농민들의 신음 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막바지 수확의 기쁨에 취할 때지만, 올해는 최악의 이상기후에 따른 쌀 작황 부진으로 한해 동안 흘린 비지땀이 억울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내놓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 조사결과는 성난 농심에 불을 지폈다.

통계청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남의 경우 쌀 생산량이 오히려 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농민단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 재조사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농민들의 집단행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되레 0.2% 늘었다고?”

4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2020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이 모두 363만 1천t으로, 지난해보다 3.0% 감소했다. 이는 1965년 이후 전국적으로 냉해 피해가 컸던 1980년(355만t)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쌀 생산량은 2015년(433만t) 전년 대비 2.1% 증가한 이후 2016년(420만t)부터 5년 연속 감소세다.

쌀 재배면적도 지난해 72만 9천814㏊에서 올해 72만 6천432㏊로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은 건물 건축과 공공시설 등 개발에 따라 경지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강원의 지난해 쌀 생산량은 15만 1천t에서 올해는 무려 13.5% 감소한 13만 1천t으로 조사됐다. 이어 충북 16만 4천t(-5.7%), 전북 57만 2천t(-5.5%), 경남 50만 6천t(-4.3%), 경기 35만 9천t(-3.9%), 경남 32만t(-3.5%), 충남 70만 9천t(0%) 등이다.

반면 전남의 쌀 생산량은 72만 7천t으로 전년 대비 0.2% 늘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전남의 쌀 재배면적이 지난해 15만4천㏊에서 올해 15만6천㏊로 1.4% 늘어나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을 수확철을 맞았지만 전남 농촌 들녘이 풍요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농민들의 한숨과 탄식으로 물들고 있다. 사진은 최근 벼 도복(쓰러짐) 피해를 입은 담양군 금성면 논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쭉정이’만 가득 울상

그러나 전남 들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결실기에 충분해야 할 일조량이 부족해 속이 제대로 차지 못한 쭉정이들이 수두룩하다.

올여름 광주·전남에 지난 6~8월 총 42.3일간 995.3㎜가량의 비가 내렸고 일조량은 485.8시간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588.8㎜ 가량의 비가 내린 것에 비해 강수량은 크게 늘었고 일조량은 601.2시간에 비해 115.4시간 정도 부족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발표한 생육 조사 결과를 보면 포기당 이삭 수는 지난해나 평년보다 0.4∼0.7개 많은 21.1개였지만, ㎡ 당 벼알 수는 1천 407∼1천 365개 감소한 3만 2천673개에서 그쳤다.

전남도 관계자는 “여름철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병해충 발생이 늘었고 8월 하순에서 9월 상순 사이 태풍이 연이어 오면서 도복(쓰러짐), 흑·백수(강풍으로 이삭이 검게 변색하거나 수정이 되지 않아 이삭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 수발아(아직 베지 않은 곡식의 이삭에서 낟알이 싹이 트는 일)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잇단 태풍 내습 이후 전남지역 논에 벼알이 검게 또는 하얗게 마르는 흑수(黑穗)·백수(白穗) 피해도 심각하다. 도내 피해면적은 2만 685㏊로 흑수 피해 1만 8천387㏊, 백수 피해 2천 80㏊로 집계됐다.

◇농민들 ‘뿔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내 농민들은 통계청 자료가 실제 현장 수확량과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통계 자료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광주전남연맹은 지난달 28일 전남도청 앞에서 전남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정책의 핵심적인 지표로 쓰이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을 전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전농은 “이상기후에 따른 장마, 폭우, 태풍 등으로 벼의 일조시간과 낟알 수가 줄고 등숙률(낟알이 여문 정도)이 떨어져 유례없는 흉작을 맞았다. 하지만 정부는 10a(아르)당 쌀 생산량이 겨우 2.5% 줄었다고 하고, 심지어 전남은 지난해 72만 5천t에서 72만 7천t으로 0.2% 늘었다고 하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수확 중인 현장 농민이 느끼는 감소량은 20~30%에 이른다. 탁상공론으로 농심을 우롱하지 말고, 시군청에서 하루빨리 현장 실사를 벌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시·군별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며 호남지방통계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전농은 질의서를 통해 “호남지방통계청은 전남 22개 시·군별 쌀 생산량 조사 자료를 공개하고, 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 사상 유래 없는 긴 장마로 인한 일조량 부족과 연이은 태풍 등으로 벼 포기수와 낟알수, 등숙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는데 쌀 생산량이 어떻게 늘어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농은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를 농림부가 직접 나서서 전국 시·군·구 행정기관을 통해 현장 밀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조사 방식 변경을 촉구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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