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와 인간, 오랜 세월 함께 한 친구같은 존재
최근 누에 거의 볼 수 없어 아쉬움 가득
그 대신 번데기는 ‘중국산’이 대부분 차지
날개가 투박해 잘 날까 걱정했지만 ‘기우’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1 > 멧누에나방

 

사진-1 멧누에나방애벌레( 2018년 6월 18일, 함양 음정마을)
사진-2 멧누에나방애벌레 (2018년 6월 20일, 광주 동천동)
사진 -3 멧누에나방애벌레 ( 2018년 6월 22일, 동천동)
사진-4 멧누에나방애벌레 (2018년 6월 25일, 동천동)
사진 -5 멧누에나방애벌레 (2018년 6월 28일, 동천동)
사진-6 멧누에나방 탈피각 (2018년 6월 25일, 동천동)
사진-7 멧누에나방번데기 ( 2018년 6월 30일, 동천동)
사진 -8 멧누에나방애벌레( 2019년 8월 19일, 구룡폭포)
사진 -9 멧누에나방 ( 2018년 7월 13일, 동천동)
사진 -10 멧누에나방 ( 2018년 7월 14일, 장성 남창계곡)
사진 -11 멧누에나방 ( 2018년 7월 14일, 장성 남창계곡)

조그마한 알에서 깨어나 뽕잎을 먹으며 무럭 무럭 자라던 누에, 펄펄 끓는 물속에서 한올 한올 명주실을 아낌없이 주고 맛있는 번데기가 되어 주린 배를 채워 주었던 누에의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누에를 거의 볼수가 없고 번데기도 거의 중국산이라 한다.

어른벌레는 자주 만났으나 애벌레는 보기 힘들었다. 어디를 가든 뽕나무는 흔하기 때문에 쉽게 볼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보이질 않았다.

누에는 멧누에나방을 사육 개량하여 누대 사육한 결과, 많은 품종이 생겼으며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습성이 변했다. 어른벌레는 입이 퇴화되어 먹이를 먹을 수 없으며 나는 힘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누에는 인간과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2018년 6월 18일, 자주 찾던 함양 음정마을에서 지리산 벽소령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애벌레 관찰에 나섰다. 갈 때마다 많은 애벌레를 만날 수 있어 항상 기대가 된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날까?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반가운 녀석을 만났다. 뽕나무 잎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녀석! 멧노랑누에나방애벌레다. 도감에서는 많이 봤지만 자연에서 처음 만나는 녀석이다. 배낭에서 샬레를 꺼내 얼른 담는다. 녀석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이렇게 녀석과의 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머리 쪽은 누에와 비슷한 흰색을 띠는데 뒤쪽은 황금색이며 갈수록 가늘어진다. 위협을 느끼면 몸에 눈 모양의 무늬가 생긴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여러 가지로 변하는데 꼭 사람 얼굴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2018년 6월 25일, 탈피각이 보인다. 밤새 탈피를 한 모양이다. 크기도 변하고 모습도 확 달라졌다. 머리 부근에 붉은 무늬도 생겼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다. 번데기가 되기전까지 한 번만 탈피했는데 채집할 때 4령이었던것 같다. 먹기도 참 많이 먹는다. 다행이 가까운데 뽕나무가 많아 먹이 걱정은 되지 않았다.

2018년 6월 30일, 새벽에 일어나 녀석을 찾으니 번데기가 되어있다. 뽕나무잎과 샬레에 약간 누런 실을 치고 그 안에 들어가 번데기가 된 것이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도감에는 30일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는데 무사히 우화하기를 기대해본다.

2019년 8월 19일, 남원 구룡폭포에서 녀석의 애벌레를 만난 적이 있는데 완벽하게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발견했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나무의 일부인것처럼,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미동도 없이 있으니 천적들의 눈을 피하기엔 이보다 더 좋을순 없을 것이다. 녀석도 머잖아 곧 번데기가 되고 우화하겠지~

2018년 7월 13일, 오후 집에 와 보니 반가운 녀석이 있다.

아침엔 변화가 없었는데 그후 우화했나보다. 무사히 우화해줘서 고맙다. 여름 것은 30일 정도지만 두 달만에 우화하는 녀석도 있다는데 욘석은 13일만에 우화했다. 자연상태에서 많이 봤지만 직접 사육하여 우화까지 보니 더 반갑다.

2018년 7월 14일, 장성 남창골 수인산성으로 숲 기행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멧누에나방을 만난적이 있다. 회원들에게 녀석을 보여주기 위해 샬레에 잠시 잡아 두었는데 알을 낳았다. 노랑털알락나방이 산란하는 것을 본후 두 번째로 알을 본 것이다.

멀리 지리산에서 데려왔지만 뽕나무가 많은 무등산 기슭에 놓아 주었다. 날개가 투박해 잘 날수 있으려나 걱정도 됐지만 의외로 잘 날아간다. 부디 짝짓기도 하고 알도 많이 낳길 빌어본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모르지만.

글·사진/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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