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백현옥(송원대학교 교수)

SNS에서 우연히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보낸 내용을 보게 됐다.

<죄송하지만,담임교사는 이런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보험 가입, 특정종교 입교, 신용카드 발급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간의 보상금액 교섭

주말이나 밤늦은 시간의 준비물 확인 문자 답장

<담임교사는 이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과의 상담

시간약속 등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위한 규칙의 중요성 알기 학급 내 긍정적인 친구 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

내가 봤던 안내문의 내용을 요약해 적어봤다. 교사의 개인적인 시간이나 생활을 보장해 주지 않고,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에서 하지 말아야할 권유를 하는 것, 교외의 생활까지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내가 작년 6월쯤 썼던 칼럼에서 교사들에게 2G폰 지급 내용과 연관돼 더 구체적이고 황당한 요구사항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 것이다. 내용을 보면서 과연 저 요구가 담임교사의 역할인지 부모의 역할인지 헷갈리는 것들이 많았다.

‘역할’의 뜻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일을 나누어 맡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다른 사람의 일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위의 안내문은 어쩌면 부모의 역할을 담임교사에게 떠넘기면서 부모의 역할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어느새 사회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줄이기 위해 서로에게 역할을 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잘되면 제탓, 못되면 조상탓’인 것처럼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정부탓, 사회탓, 환경탓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상담을 하다보면 꽤 흔한 케이스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자녀가 오히려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부모화’라고 한다.

흔히 저 친구는 참 어른스럽네 하는 아이들 중에서 이런 케이스가 많이 발견된다. 얼마전 종영한 ‘한번다녀왔습니다’에서 첫째 딸 가희의 아들로 나왔던 ‘김지훈’역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표현하지 않고, 착하고 바르며, 늘 엄마를 걱정하는 아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내심 저렇게 착하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과연 그 아이의 심리는 어떨지 걱정이 됐다. 가끔은 업무분장표나 기준표처럼 엄마의 역할, 아빠의 역할, 선생님의 역할…등등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 누나, 언니, 동생, 교수, 협회장, 로타리 총재지역대표 등등. 어느새 나를 표현하는 역할 수식어가 이렇게나 늘었다. 찬찬히 들여다 보니 하나도 버릴게 없다. 역할 하나하나가 많은 의미와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인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시작했던 로타리는 어느새 내 삶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내 이익과 결부되지 않고 온전히 봉사 할 수 있는 로타리안으로 활동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로타리안으로서 할 수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요즘 사람들 간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로타리안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자신이다.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고 내자신이 행복한 무언가를 찾아서 끝없이 노력하고 그일이 보람된 일이면 도전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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