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12회) 신선한 기적
<제4화>기생 소백주 (제12회) 신선한 기적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 말을 들은 신씨 부인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만 엉거주춤 방안에 앉지도 못하고 엉겁결에 간다는 인사말도 못한 채 그만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을 허겁지겁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흉악한 짓을 당한 그곳을 다시 지나가며 그놈이 죽어 자빠진 것을 보고 ‘아이고!’ 하고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곡을 세 번하고 가라니 겁이 나고 공포가 밀려와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흉한 작자의 죽은 몰골을 어찌 볼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반드시 치러내야만 할 운명이라면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기꺼이 그리해야했다. 그리만 하면 남편의 병이 씻은 듯이 낫는다 하지 않은가! 신씨 부인은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는 집을 향해 곧바로 나는 듯 길을 달려갔다.

그렇게 바삐 걸어가는 신씨 부인이 어느새 못된 사내놈에게 봉변을 당했던 산 고개 마루 풀숲 언저리에 당도했다. 신씨 부인은 정씨 점쟁이 영감 말을 떠올리며 정말 그 말이 맞을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언저리를 샅샅이 눈여겨 살펴보았다. 

자신을 강탈해 욕보인 그 흉악한 사내놈이 그 곳 풀숲 언저리 어디쯤에 급살을 맞아 고꾸라져 죽어있다지 않았는가?

신씨 부인이 조심조심 풀숲 아래 소나무 바위 쪽으로 난 길을 유심히 살펴보니 거기 하얀 옷깃 같은 게 희미하게 보였다.

두려움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금살금 그리로 가보니 거기 검은 수염이 온통 얼굴에 돋아난 웬 시꺼먼 사내가 두 눈을 하얗게 뜨고 죽어 나자빠져있지 않은가!

신씨 부인은 크게 날숨을 들이쉬며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가다듬고는 정씨 점쟁이 영감이 시킨 대로 얼른 저고리를 벗어 거꾸로 입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고 허리를 구부려 세 번 곡을 했다.

그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뒤돌아서서 잽싸게 몸을 빼고는 집 가는 길로 쏜살같이 내빼듯 뛰어 달렸다.

흉악한 꼴을 본 신씨 부인은 자꾸 쿵쾅쿵쾅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말 남편의 병이 다 낫기 만을 바라며 뛰는 듯 나는 듯 잰 걸음을 재촉하며 부리나케 집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한참 만에 헐레벌떡 집에 당도한 신씨 부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곧바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방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던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벌겋게 보이는데 허겁지겁 달려 들어간 신씨 부인을 보고는 배가 고프다며 얼른 먹을 것을 달라고 말을 하지 않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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