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제4화>기생 소백주 (제13회) 운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백약이 무효이던 남편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건강이 회복했단 말인가? 다 죽어가던 남편이 살아나자 신씨 부인은 신기한 기적(奇蹟)을 만난 듯 뛸 듯이 기뻤다. 생각해 보니 그날 복채도 주지 못하고 온 그 신통한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무어라도 보답을 해야만 했다.

마음을 정한 신씨 부인은 장날 십리 밖 멀리 있는 고을의 장에 나가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샀다. 떡이며 고기며 각종 생선을 정성을 들여 바리바리 장만하고 또 술을 맛있게 빚어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어느 날 아침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러 갔다.

신씨 부인이 음식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정씨 점쟁이 영감 집에 들어서자 방안에 있던 점을 보러 온 아낙들이 나와 맞았다.

“젊은 새댁이 무슨 맛난 이바지를 이렇게 많이 가져 오냐!”

늙은 아낙이 떡 바구니를 받으면서 말했다.

“저 어르신이 점을 하도 잘 쳐 줘서 다 죽어가던 우리 남편이 살아나 고마워서 좀 드시라고 가져 왔네요.”

신씨 부인이 말했다.

“아이구! 안 가져와도 괜찮은데 새댁이 뭘 이런 귀한 것을 멀리서 힘들게 다 해왔다냐!”

정씨 점쟁이 영감이 음식바구니를 열어보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르신, 제 남편이 병이 다 나아 이제 건강하게 생활을 합니다.”

신씨 부인이 말했다.

“사실은 그날 새댁의 관상을 보니 남편을 죽일 상부(喪夫)할 팔자였어. 그런데 그날 그 산에서 만난 그 놈이 새댁과 강제로 부부 연을 맺는 바람에 그 상부할 살을 대신 맞고 죽어간 거야! 사냥꾼이 꿩을 보고 화살을 쏘았는데 동시에 꿩을 노리고 날아오던 매가 꿩 대신 화살을 먼저 맞고 죽어버린 거지! 그래서 남편이 살아난 것이야! 기가 막힌 우연이지!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운명이라고 하지! 다 하늘이 정한 일이야!”

정씨 점쟁이 영감이 신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하의 모든 물체는 다 자신의 운명(運命)을 타고 태어나서 그 운명의 길을 살다가 간다고 하는데, 그러한 일정한 성향이 없다고 한다면 자연과 우주는 질서를 잃어버리고 무질서 속에서 상호 충돌하여 찰나에 사라져버리고 말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인생사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할 내밀한 법칙이 내재되어 있어 실상은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자연과 세상일에 형통(亨通)한 현자(賢者)들이 세상사나 인생사의 미래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먼저 알아보고 그것을 미리 예견하거나 현재를 고쳐나가기도 하는 것인데 과연 신통하지 않은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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