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일깨워준 학교의 중요성

최영태(전남대 명예교수)

인간의 삶에는 항상 변화와 도전이 있었고 그 변화와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그 사회, 그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이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 19라는 큰 도전에 직면했고 그 대응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국민건강을 지켜주는 일에 허술한 별 볼 일 없는 선진국도 있었고, 대한민국처럼 K 방역으로 국가의 위상을 크게 올린 국가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불린 우리나라도 학교 교육에서는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1학기 대부분을 비대면 교육으로 임했던 초·중·고등학교는 초기에 EBS 영상교재 등으로 일차적인 응급조치를 취했고, 나중에는 줌(zoom) 등을 통한 쌍방향 수업으로 비대면 교육의 단점을 일정 부분 보완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했다.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집중도는 크게 떨어졌다. 맞벌이 부모나 혹은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의 고충은 훨씬 컸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경남도교육청 산하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업이해도가 코로나 이전 55.8%에서 45.22%로 낮아졌다. 수업 참여도(-8.27%), 수업 재미(-3.52%), 교사와의 관계(-5.5%) 등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수치가 증가했다. 지난 6월과 9월에 전국 고 3년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모의평가 결과는 상위권과 하위권 간 격차가 커지는 대신 중위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조사는 소득 격차에 따른 학력 격차가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장애인 아이들에 대한 대비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부터 향후 학교가 불필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교사는 향후 사라질 대표적인 직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이런 예견은 코로나 19로 인해 틀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 코로나는 역설적으로 학교의 중요성, 교사의 중요성, 대면수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학교란 단순히 지식전달의 공간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시켜주었다. 학교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며 사람과의 관계 형성법을 알고 익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은 물론이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도 중요한 돌봄 장소이자 복지 공간이었다.

당연히 학교는 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이 재발하더라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고, 가능한 한 대면강의를 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비대면 강의 상황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광주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AI 교육센터’, ‘그린 스마트 스쿨 시범 교육도시 사업’, ‘진로체험센터’등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필요성이 배가되었다.

참고로 2020년 1월 1일 기준 광주교육청 산하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1.35명, 중학교는 24.3명, 고등학교는 26명이다. 이 수치는 2018년 기준 OECD 평균 학급당 학생 숫자인 초등학교 21.1명, 중학교 23.3명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유럽연합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은 초등학교 19.9명, 중학교 21명이다. 특히 영국은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전염병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학급당 학생 수를 더 낮출 필요성을 제기해주었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만약 광주교육청 산하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유럽연합 기준으로 낮추려면 초등학교 학급 수는 297개, 중학교 학급수는 284개를 증가시켜야 한다.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비슷한 숫자로 증가시켜야 한다. 그런데 향후 코로나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급 당 학생 수를 유럽연합 기준보다 더 낮추어야 한다. 당연히 학교 예산을 늘려 학교와 교실을 더 짓고 교사 수도 증원해야 한다. 2020년 광주광역시 교육청이 시도했던 삼정초등학교 통폐합 시도나, 2019년의 상무중·치평중 통합 시도는 더 이상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학급 당 학생 수 줄이기를 위한 노력에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주요 목적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교육 정책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광주교육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시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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