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따라 문화따라…커피 한잔의 여유
■장성 오피먼트
장성지역 유일 복합문화공간
카페·미술관·편집숍 등 구성
자연을 전시한 듯…‘명품’ 풍경

복합문화공간 오피먼트
전남 장성군 미락단지길8(야은리)에 위치한 오피먼트(Orpiment). 이곳은 카페와 전시관, 편집숍이 더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관광객들이 뷰가 좋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그곳이 수상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한 건물 앞에 차량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황룡강과 장성댐을 찾기 위해 단순 지나치는 차량이라고 생각하기엔 유독 한 건물 앞에서만 멈추어 선다. 수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먼저 꺼내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는 건물 외관을, 또 다른 누군가는 저마다 자세를 취하며 인생샷을 건지려 노력한다. 조용하기만 한 시골 마을에서 이곳만 사람이 북적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전남 장성 황룡강 인근에 카페와 미술관, 편집숍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장성군 미락단지길 8(야은리)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오피먼트’(Orpiment)가 바로 그 주인공. 특히 문화에서 소외될 수 있는 지역에 새롭게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하면서 그 의미를 더한다. 오피먼트는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모텔의 변신은 무죄…개관전부터 입소문 ‘핫플’
◇자연 온전히 느끼도록 리모델링
통유리 너머로 한폭의 풍경화 그려져

오피먼트 카페 공간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이다. 사진은 4층 카페에서 보이는 황룡강과 장성댐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장성댐 아래 황룡강 인근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오피먼트는 오랜 시간 비어 있던 폐 모텔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황룡강과 장성댐을 찾은 시민들이 온전히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했다. 낡고 허름한 외관은 그대로 살려 빈티지 멋을 더하고, 건물 내부는 11개월간의 리모델링을 걸쳐 깔끔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건물의 이야기를 온전히 살린 것이다.

오피먼트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1층과 3·4층은 카페로, 2층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 공간은 준비를 거쳐 내년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거듭날 계획이다. 이곳에선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 의류부터 가방, 액세서리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을 한 자리에 즐길 수 있다.

지역 작가들의 공예작품을 판매하는 편집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카페 공간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주목할 점은 정식 오픈 전부터 입소문으로 SNS 핫플로 떠올라다는 점이다. 오피먼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9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2주간의 시범운영을 하면서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이 기간 동안 방문한 손님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 였다. 정식으로 문을 연 이후에는 더 많은 방문객이 찾으면서 전경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때아닌 눈치경쟁을 해야 할 정도다.

또 하나, 오피먼트에선 흔히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미술 작품을 걸어 놓은 액자를 찾아볼 수 없다.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된 3·4층은 사방이 통유리창으로 구성, 카페 공간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한 폭의 풍경화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황룡강이 흐르는 장성댐의 전경과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 등은 사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 ‘아인미술관’ 개관전 진행
지역 작가 다양한 작품 만날 수 있어

오피먼트 2층 전시관에서는 개관 전시 ‘더 플레이’(THE PLAY)가 진행되고 있다.

오피먼트 2층은 전시관인 ‘아인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장성에서 접근성이 좋은 미술관이다. 장성 금곡 영화마을에 ‘금곡 숲속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지만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발길이 쉽사리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인미술관’에선 개관 전시가 진행 중이다. 개관전시는 화순 경복미술문화원(옛 경복초등학교)이 전남문화재단의 2020 레지던시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경복미술문화관 콜라보네이션전으로 진행되는 개관전시는 ‘더 플레이’(THE PLAY)라는 주제로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주제인 ‘더 플레이’는 ground와 sound, light의 의미를 각각 포용하고 있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관람객 참여형이다. 경복미술문화원 2020 입주작가인 영상설치 분야의 김은경 박연숙 엄기준의 복합영상설치 작품이다. 세 작가는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등의 질문을 관객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수련 아인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며 “서로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험 요소를 유지하며 직접 작품의 일부가 돼 보고 안전하게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전시관은 추후 사립미술관으로 등록해 인증 미술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개관 전시가 끝나면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진입 장벽을 낮춰 여러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문화감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만큼 벌써 대관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착한 소비로 지역 농가까지 챙겨
장성 사과 등 특산품 활용 레시피 개발

오피먼트는 문화 소외지역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역할 뿐 아니라 지역 농가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에도 한창이다. 장성 특산물 중 하나인 ‘사과’를 활용해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는 것. 오피먼트는 현재 ‘장성사과 에이드’와 ‘장성사과 라떼’ 등 ‘장성 에디션’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장성사과 에이드’는 새콤달콤한 사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생사과도 함께 곁들여져 있어 빨대로 건져 먹으면 후식(?)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장성사과 라떼’는 잘게 썰어 설탕에 재운 장성 사과와 우유의 조합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부드러운 우유와 상큼한 사과의 만남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맛을 사로잡는다. 장성 에디션에 이어 사과를 활용한 베이커리 등 디저트 레시피도 연구 중에 있다.

오피먼트 관계자는 “장성 산지에서 바로 공급되는 사과를 이용하는 만큼 고객들은 신선한 음료를 맛볼 수 있고, 이로 인해 사과의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기에 지역 농가엔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농가와 협업을 맺는 대신 로컬푸드 매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레시피 개발로 사과의 수요가 늘어나면 지역 농가와 협약을 맺어 경제적인 도움을 내는 효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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