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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9) 귀거래사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9) 귀거래사
<제4화>기생 소백주 (19) 귀거래사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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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지나 온 세월 나름대로는 열심히 글공부를 한다고는 했으나 생각해보니 건성건성 술과 풍류를 즐기며 노는데 더 열중이었던 것만 같고, 부모에게는 늦도록 공부 핑계를 대며 살아왔으나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커다란 불효를 한데다가,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식들만 맡겨두고 고생만 시킨 것이었다.

자식들에게는 또 어떤가? 무관심으로만 일관하지 않았는가! 김선비는 자신의 과거사를 생각해 볼수록 잘못만 하고 살아온 인생살이였던 것이다.

급기야는 이렇게 집안을 버리고 벼슬을 사러 떠나와서는 조상 대대로 물려온 가산을 모조리 팔아 탕진하도록 뇌물을 바칠 돈을 마련해 올리라고 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인생인가!

자식으로도 남편으로도 아버지로도 모조리 소홀히 한 실패한 인생이었다. 이제 집안의 모든 재산을 다 팔아 이정승에게 바쳐버린 탓으로 늙은 홀어머니는 병이 들고 가족들이 굶주린다는데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저 흉악한 원수 같은 이정승을 만나 종국에는 원하던 벼슬도 사지 못하고 집안의 돈이란 돈은 모조리 긁어다가 갖다 바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집안을 온통 망쳐버렸지 않은가!

김선비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도무지 헤어날 수 없는 천 길 낭떠러지 수렁 속에 깊숙이 추락해 빠져 박혀버린 캄캄한 앞날을 생각하고는 길게 한숨을 쉬며 장탄식을 했다.

터무니없는 벼슬자리 욕심은 당초에 갖지를 말고 행실을 수양하고 학문을 깊이 연마하며 고요히 제 주어진 일에나 충실히 하였다면, 그러면서 혼탁한 시절을 매섭게 비평하는 지조 높은 청빈한 선비로 초야에 은일(隱逸)하며, 동진(東晉)의 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거울삼아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자급자족하면서 살아왔더라면 결코 이런 낭패는 없을 일이 아니었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김선비는 자신에게는 애시 당초 조정의 녹을 먹을 관록이 없는 사주팔자인데다가 이정승에게 삼천 냥을 갖다 바친 것은 재수가 없어 손재수(損財數)가 든 것으로 여기자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다.

급기야 김선비는 이게 다 부정부패로 이 세상이 온통 썩은 탓이 아니겠는가하고 생각하며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기대를 접고 내일 아침에 당장 고향으로 돌아가 굶주리는 노모부터 챙기고 식솔들이라도 잘 건사하자고 마음을 다잡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혀를 깨물고 그 자리에서 죽어 넘어지더라도 집에 돌아가서 죽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부당하게 벼슬을 탐한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온갖 생각에 젖어 한잠도 자지 못하고 가슴을 치고 길이 탄식을 하며 밤새 뒤척이다가 낙향을 결심한 김선비는 날이 밝기 무섭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길 떠날 행장을 꾸렸다.

그리고는 사랑방에서 나가 아직 입궐하기 전인 이정승을 찾아갔다. 이정승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아침을 먹을 채비를 하고 있다가 김선비를 맞이했다.

“아침 일찍 무슨 일인가?”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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