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날개에 선명한 흰색무늬…이름과 딱 맞아
눈길끄는 화려한 문양의 애벌레
광천 2교 자전거도로서 첫 만남
강아지풀보다 나팔꽃잎 좋아해
우화 과정 후 도감서 이름 찾아
앞날개 중앙 주홍색 11자 무늬
장기적 모니터링땐 성장과정과
광주천 생태 이해 큰 도움 될 듯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3 >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

 

사진-1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8월 31일, 광천동)
사진-2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8월 31일, 광천동)
사진-3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9월 16일, 치평동)
사진-4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9월 23일, 동천동)
사진-5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10월 3일, 동천동)
사진-6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10월 12일, 동천동)
사진-7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2020년 10월 12일, 동천동)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20년 8월, 광주천 광천 2교 아래쪽 자전거 도로에 제법 화려한 애벌레들이 눈에 보인다.

처음엔 한, 두마리씩 보이더니 점점 개체수가 늘어난다. 사진을 찍고 집에와서 도감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는 녀석이다.

허운홍 선생께 물어보니 처음 보는 녀석이라 하신다. 다시 볼수 있느냐 하시며 홍천으로 보내줄수 있는지 물으신다. 샬레 두 개를 준비하여 녀석을 찾아 나선다.

무더위가 심한 오후였지만 발걸음은 마냥 즐겁다. 강아지 풀이 많은 곳인데 유난히 많아 보였다. 두 개의 샬레에 7 마리를 나눠 담아 택배로 보내 드렸다. 다음날 건강한 녀석들을 무사히 잘 받았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그곳에서 무사히 잘 자라기를 기원해본다.

9월 중순으로 접어 들면서 더 많은 녀석들이 보인다. 크기도 다 자란 종령들이다. 자전거 도로를 지나다 밟혀 죽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 어떤 곳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9월 16일, 치평동에서 한 녀석을 데려왔다. 거의 다 자란 종령이다. 강아지 풀을 충분히 넣어 줬는데 통 먹질 않는다. 그리고 계속 샬레를 돌기만 한다. 나팔꽃잎을 먹이로 바꿔서 주었더니 잘 먹는다.

9월 20일,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번데기가 되려는 듯 나팔꽃잎을 둘러싼다. 3일이 지나니 잎을 완전히 둘러쓰고 번데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허운홍 선생께 연락이 왔다. 잘 자라던 녀석들이 갑자기 다 죽었다는 것이다. 물론 원인은 알수 없다는 답변이다.

기후 탓일까? 암튼 꼭 우화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부담은 좀 덜하다. 주변에 워낙 많이 보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많이 보이는데 어떤 애벌레인지 알수 없다는게 참 답답하다. 허운홍 선생께 제가 기른 녀석은 무사히 번데기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언제 3권 출간되는지 등 한참 수다를 떨어본다.

10월 3일, 너무 궁금하여 둘러싸고 있는 나팔꽃잎을 살포시 열어보았다. 번데기가 움직인다. 건강히 잘 있다는 증거다.

언제 우화할까? 하루 세 번씩 샬레 통을 보는게 일과다. 어른벌레를 봐야 녀석이 어떤 애벌레인지 이름을 붙여 줄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해는 많이 발생하다가 몇 년째 전혀 안 보이는 애벌레들도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에 관찰하는게 상책이다.

10월 12일 새벽, 드디어 기다리던 녀석이 우화했다.

애벌레와 달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 개성이 있다. 날개 말리기가 다 되었는지 날개짓을 한다. 잠깐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뒷날개를 살짝 들어 보았다. 흰색 무늬가 선명하다.

또 다시 나방도감과 씨름한다. 앞 날개 중앙에 비스듬한 주홍색 ‘11’자 무늬가 있고, 뒷날개는 기부에서 중간과 외연부 1/2 정도가 흰색을 띤다.

그래서 이름도 뒷흰날개밤나방이다. 나름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이름을 짝지어 주니 뿌듯하다. 아침 출근길 녀석을 광주천변에 놓아 주었다. 잘 살아가길 기원하며….

전혀 보이지 않다 갑자기 많이 보이는 녀석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먹이식물과 성장과정 그리고 우화까지는 일단 알았으니 아마추어인 나의 역할은 다한 것이 아닐까?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해 본다면 뒷흰날개밤나방의 성장과정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 하는 광주천의 생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며 겨울이 곁에 와 있다. 보이는 개체수는 급감했지만 지금도 간혹 뒷흰날개밤나방애벌레가 보인다. 움직임도 급격히 둔화되어 거의 길을 건너지 못한다.

자전거에 치이거나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는다. 하찮은 미물인 애벌레지만 소중한 생명이다. 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사진/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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