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의 삶과 문화, 역사를 한 눈에
월곡동에 복합아카이브센터 건립중
김병학씨 중앙아 현지서 수집한
역사·문화 유물 1만2천여점 전시
항일운동과 5·18을 다룬 작품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고려사범대학교 어문학부 1학년 학생들. 이들은 1937년 가을에 블라디보스토크 고려사범대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지얼마 되지 않아 바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이 학생들은 졸업 후 중앙아시아 고려인 한글문학을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고려인 역사유물전시관이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들어선다.

24일 광산구와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오는 12월 말 개관을 목표로 월곡2동에 ‘월곡동 복합아카이브센터’ 건립을 준비 중이다. ‘월곡동 복합아카이브센터’는 80여 년간 타국에서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조국의 문화를 지켜온 고려인들의 역사·문화를 체계적으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복합아카이브센터는 옛 고려인종합지원센터로 활용되던 건물과 바로 옆 새로 매입한 2층 주택부지에 들어선다. 옛 센터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활용하고 옆 2층 건물 부지는 철거한 뒤 향후 2단계로 추가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연면적 199㎡인 옛 센터건물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1층은 안내데스크와 카페, 휴게실, 영상자료상영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또 2층은 고려인들의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 겸 주민 프로그램 등이 펼쳐지는 다목적홀로 이용될 예정이다.

이 복합아카이브센터의 핵심 시설은 바로 2층에 들어설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이다. 옛 센터 1·2층에는 지난 2019년 (사)고려인마을 주관으로 역사유물전시시설이 들어서 있으나 비좁고 체계적이지 못해 이번에 예산지원을 통해 확장 리모델링을 거친 뒤 형식을 갖춰 개장한다.

전시관은 공사 마무리 후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된 고려인 연구가 김병학씨 소유 고려인 유물을 포함해 그가 수집한 자료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광주고려인유물전시관에 전시될 고려인 유물들.

유물은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등 휘귀 자료들이 대부분이며 전체 자료는 1만2천여 점에 달한다. 개인이 수집하고 관리해오던 것이지만 항일노동운동과 5·18을 다룬 작품 등은 매우 희귀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전시관이 개관할 경우 고려인의 역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공간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모두 이용하는 커뮤니티공간을 갖춰 교류플랫폼 기능도 수행할 전망이다. .

광산구는 진행 중인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유물관 이름을 공모해 확정하고 (사)고려인마을 측과 유물임대 협약을 체결한 후 민간위탁 운영자도 모집할 계획이다.

고려인 연구가이자 기록물 수집자이기도 한 김병학씨는 “고려인 문화예술 기록물은 구소련 사회에서 숱하게 민족수난을 겪으면서도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는 민족의식이 담겨있다”며 “고려인들의 생활상 및 공연 실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희곡문학사와 연극사면에서도 희소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 관장으로 일해 온 김병학씨는 이 유물수집 공로 등으로 ‘2020년 기록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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