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획-18살 청소년의 힘겨운 홀로서기
⑨심리정서프로그램 지원
안정적 자립 위해선 ‘자신을 먼저 알아야’
건강한 자아 찾기 위한 정서지원
‘슬기로운 마음 성장 생활’ 눈길
후원자 매칭 통한 현장 실습으로
보호아동 자격증 취득 동기부여

만 18세,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자립해야하는 보호아동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과 자격증 취득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등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양육시설 등에서 퇴소한 청소년 2만695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으로 전락한 청소년은 전체 24.4%(5천5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88.5%가 시설퇴소 6개월 만에 기초수급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또한 40.7%가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기초생활수급 경험이 있었으며, 아동양육시설 보호종료 아동의 경우 퇴소 이후 기간이 경과할수록 기초수급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았다.

이는 보호대상 및 보호종료아동이 명확한 진로 설계 또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대인관계 형성이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홀연단신으로 사회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른 나이에 자립을 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경제적 자립 못지않게 심리·정서적 자립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 자립을 준비하며 다양한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체험하지만, 자격증 취득 등 지원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취업·진학을 통해 자립을 하지만 학업 유지 및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호대상아동의 동기와 의지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 및 교육활동의 필요성이 늘 대두돼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와 광주아동옹호센터, 광주아동복지협회,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광주아동자립전담기관 등 유관기관 등에선 ‘광주형사각지대없는 아동자립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립 전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아동에게는 심리정서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자립의 힘을 기르고 자기 이해를 통해 동기를 강화하고 있다. 실습을 희망할 경우엔 후원자의 사업처와 연계를 통해 자격증 취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24일 광주 영신원에서 ‘올바름_청소년 인성교육 및 정서지원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보호대상 아동들의 모습. /초록우산 제공

▶‘나는 누구일까’ 자아찾기 중요

모든 일을 시작하고, 도전하기에 앞서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립을 앞둔 보호대상아동 역시 사회로 첫 발을 내딛기 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인지, 또는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의 탐구가 선행되야만 체계적인 자립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과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서울시아동복지협회가 조사한 ‘보호종료 20대의 삶의 행복과 가치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하고 싶거나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기회가 적은 보호종료 20대의 경우 쉽고 빠르게 취직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 이후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자존감 역시 낮아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자립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광주아동복지협회는 청소년 마음성장 프로그램 ‘슬기로운 마음 성장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

‘슬기로운 마음 성장 생활’은 보호아동들이 관계 속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원만한 타인과의 관계형성을 비롯해 건강한 자아상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뉜 프로그램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나를 찾아서’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을 위해 타인의 입장과 심정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른 배려행동을 배울 수 있는 ‘너와 나의 연결고리’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공부해 보는 ‘우리의 책임으로’ ▲감정단어를 습득하고, 효과적인 감정조절법을 학습할 수 있는 ‘내 감정 사용법’ 등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은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보호아동의 경우 대부분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 외부 자극을 받으면 위축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극복방법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현장 실습 통한 적성찾기…용기 북돋아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7명은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꿈꾸기 보단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탓에 생계걱정이 앞서서다. 특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자격증 취득 등 시간적 여유가 없는 탓에 빠르게 취업할 수 있는 서비스 판매직, 공장 등 단순 노무 업종을 선택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일이 어렵다’ 등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선다.

보호아동의 자립준비를 돕고,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선 생계 또는 진로와 연계될 수 있도록 미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적성 또는 장단점을 고려하지 않고 막연히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것은 동기부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에선 자립역량강화교육의 일환으로 취업실습을 진행함으로써 자격증 취득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게 나서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격증 취득 관련 교육을 받기 어려운 보호아동을 위해 후원자 연계를 통해 현장에서 자격증 관련 교육을 받고 체험해 보는 것이다.

첫 단계로 바리스타를 꿈꾸는 보호아동의 자격증 시험 대비를 위해 카페 내 전문 바리스타가 매주 1~2씩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카페에서 직접 원두를 볶으거나, 커피 원액을 내려보는 실습을 하는 것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나윤 후원자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립을 해야하는 보호대상 아동들에게 사회로 나가기 전 취업생활 등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작하게됐다”면서 “세상 어딘가엔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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