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 치유 '환상의 웃음꽃' 피어난다
■선욱현 연출 ‘연극적 환상’
광주시립극단 국내 초연
12월10~12일 동산아트홀
프랑스 고전희극 작품화
배우 16명 공모해 구슬땀
풍자와 해학 가득한 무대
30일 극단 연습실서 시연

광주시립극단은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15회 정기공연으로 ‘연극적 환상(L’Illusion Comique)’을 무대에 올린다. 사진은 공연연습을 하는 배우들의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광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창 정기공연 준비로 ‘끙끙’대는 곡소리가 나올 법 한데…대체 무엇이 즐거운걸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립극단 연습실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 24일 방문한 시립극단 연습실에선 20여명의 배우와 스텝들이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연습실 중앙을 무대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는 가운데, 여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입에서 ‘푸하하하’ 폭소가 흘러나왔다. 상대 배우의 애드립에 웃음을 참지 못한 탓이다. 이 웃음은 시작일 뿐, 각 장면마다 조연·주연 배우 너나할 것 없이 웃음이 터진다. 무대 연출을 위해 등장하는 스텝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작품에 참여하는 배우·스텝들 마저 작품의 대사와 애드립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 작품…묘하게 구미가 당긴다.

이들은 광주시립극단 정기공연 ‘연극적 환상(L’Illusion Comique)’을 준비하는 배우와 스텝들이다. 국내에선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을 준비하는 탓에 긴장감이 넘칠만도 한데 오히려 웃음꽃이 만발한다.

프랑스 고전 희극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작인 ‘연극적 환상’은 17세기 유럽 대륙을 풍미했던 고전주의 희곡의 창시자이자 완성자로 불리는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의 작품이다. 1635년 프랑스 마레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기이한 극적 구조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원작가인 피에르 코르네유는 몰리에르, 라신과 함께 ‘프랑스 3대 고전작가’로 불린다.

형식적 규제를 따르지 않고 기발한 착상과 새로움을 추구한 작품을 광주시립극단이 첫 선을 보이는 만큼 만반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 9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16명의 배우를 선발, 매일 6~7시간씩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와 스텝 역시 처음 참여하는 작품인 탓에 연습에 앞서 일주일간 원작 공부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여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상대 배우의 애드립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졌다.
웃음을 참으며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

‘연극적 환상’은 사라진 아들을 찾고 있는 아버지가 마술사 동굴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술사는 상심한 아버지에게 아들 클랭도르가 그동안 겪은 모든 사건을 망령을 통한 환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 곁을 떠난 클랭도르는 다양한 직업을 통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허풍쟁이 군인을 주인으로 삼는다. 비서로 채용된 클랭도르가 맡은 임무는 젊은 여성 이자벨에게 주인의 사랑을 전달하는 것. 하지만 클랭도르는 주인을 속이고 이자벨과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한편, 이자벨의 아버지는 그녀를 신사적이고 부유한 남작 아드라스트와 결혼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자벨은 이를 거부한다. 그러던 중 질투심 많은 이자벨의 하녀 리즈는 클랭도르와 이자벨이 사랑하는 사이임을 눈치채고, 이를 남작에게 알려 둘이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하도록 만든다. 순간의 결투 끝에 클랭도르는 남작 아드라스트를 살해하고 마는데…다소 황당한 연애 이야기가 관객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 예정이다.

선욱현 연출이 무대 연출을 위해 스텝과 의논하고 있다.

특히 ‘연극적 환상’은 광주 출신의 선욱현씨가 연출·각색을 맡아 고향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탓에 관심은 더욱 뜨겁다. 강원도립극단예술감독을 역임한 선욱현씨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과 춘천인형극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018년 제1회 대한민국 극작가상을 수상한바 있다. 그는 “92년 대학 졸업 직후 서울로 상경하면서 고향에 장기체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극작가·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정작 고향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이는데는 2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이번 공연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둔 선욱현 연출은 이번 작품에 대해 “오늘날과 다르지 않은 인물 군상들을 전면에 배치해 장황한 문학적 희곡을 90분 현대극으로 각색했다”면서 “국내에선 초연인 만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고전을 감상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이라는 판타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그 판타지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이 줄 수 있는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연출에 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한편, 광주시립극단의 ‘연극적 환상’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시연회를 가진 후, 12월 10일~12일, 3일 동안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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