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7)천명(天命)
<제4화>기생 소백주 (27) 천명(天命)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렇다면 공자가 흠모했던 주나라 주공 단도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도 모두 천운과 지운과 인운을 다 잘 타고났던 존재들인가? 그렇다면 시운은 어떠한가? 주공 단은 스스로 어린 조카를 대신하여 왕위에 오를 것을 사양했고, 제갈량 또한 황제에 오르라는 유비현덕의 말을 거절했다.

주공은 예도에 따라 형의 아들 어린 조카 성왕을 보필하는 것을 천명(天命)으로 여겼고, 제갈량은 황제자리가 아니라 백성의 안위와 평화를 천명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미 그러한 하찮은 인간에게 하늘이 부여해준 운이란 것을 뛰어넘어버린 깊은 경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황제라는 권력을 뛰어넘은 현자(賢者)로 대대로 칭송받고 숭앙받지 아니한가!

그러나 조선의 세조, 수양대군은 어떠한가? 수양은 형인 문종이 죽고 열세 살의 어린 조카 단종이 즉위하자 그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수양은 애초에 왕위에 오를 천운을 타고 나지 못했다. 왕의 천운을 타고 나지 못한 자가 왕이 되기 위하여서는 왕의 천운을 타고난 자를 죽여야 했다. 그것은 피비린내 나는 끝없는 살육으로 이어졌다.

하늘의 순리대로 왕의 천운을 타고 난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이고 탐욕으로 왕위에 오른 수양이 누린 세월은 몇 해인가? 고작 14년이었다. 그동안 아들이 죽어 나가고 딸이 등을 돌렸다. 4촌 형이고 오빠이던 단종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아 차지한 아버지 수양에 대하여 인간으로서의 도의(道義)와 권력의 속성을 파악할 나이였던 그들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14년 동안 동생 안평대군과 금성대군을 비롯해 사육신(死六臣)등 숱한 반대파들을 죽이고 애초에 자신에게 없는 운이었던 왕위를 억지로 잡아 누렸던 세조는 과연 그 순간에 무엇을 느꼈을까? 숨 끊어진 순간 하루아침에 티끌로 사라져 가버릴 짜릿한 권력 맛을 마약처럼 만끽 했던 것일까? 과연 하늘의 이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김선비는 작금의 조선이라는 나라를 생각해 보면 볼수록 유교의 나라가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에 젖어드는 것이었다. 유교의 성현 공자가 꿈속에서도 흠모해 마지않았던 주공 단은 어린 조카의 왕위를 결코 넘보지 않았고 간악한 자에게 모함을 받아 쫓기면서 까지도 결코 마음 변하지 않고 끝까지 보필했다. 그리하여 주공 단은 성현 공자의 이상적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는 아들 이방원에게 쫓김을 당했다. 유교에서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는 효(孝)를 이방원은 어기고 아버지 이성계가 낳은 신덕왕후의 아들들을 죽이고 마침내 왕 자리를 거머쥐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 이성계의 최고의 동반자 노회한 정치인 정도전도 이방원의 칼날에 쓰러졌다.

고려 왕실을 피로 물들였던 그들은 똑같이 그렇게 피를 내뿜으며 다름 아닌 같은 편인 나이 어린 이방원의 칼날을 받았던 것이다. 더구나 수양은 어떠한가? 주공 단과는 다르게 조카 단종을 유폐시켜 죽이고 왕위를 거머쥔 자가 아닌가! 실상이 이러할 진데 어찌 조선이 충과 효 그리고 인의예지를 숭상하는 유교의 나라란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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