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K-방역’을 위해 정치후원금이 필요한 이유

정홍준 <광주 광산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매끄럽게 정리되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의 장면 중 하나다.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10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州) 프레스콧 공항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신이 석유·에너지 기업들에 전화만 하면 많은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가 언급한 특정 기업은 다음 날 그런 통화는 이뤄진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다른 유세에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미국 100대 기업에 전화 한 통씩만 돌려도 기부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다”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면 빚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이런 장면이 버젓이 연출되는 이유는 슈퍼팩(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이라는 미국의 정치제도에서 기인한다.

슈퍼팩은 특정 정치인·정당 등에 직접 자금을 대주는 방식이 아니라면 개인이나 노동조합 등 이익단체는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에서도 무한정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돈의 힘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슈퍼팩은 일종의 후원회 겸 로비단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이 우왕좌왕하는 이유가 있다. 경북대학교 김광기 교수가 쓴 ‘아메리칸 엔드 게임’에 따르면 트럼프 개인의 역량 미흡이나 오판이 코로나 대응에 실패를 자초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이 코로나로 겪은 어려움의 바탕에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와 불평등을 켜켜이 누적시켜온 대기업, 월가 중심의 경제체계가 있다고 한다.

2주간 격리된 환자에게 병원비 7천300만 원을 청구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팬데믹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한 없는 슈퍼팩을 통해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에 처한 미국 의료제도의 결과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종종 식물국회를 만들어 우리를 실망하게 하지만 정치권이 그나마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를 지켜온 덕에 ‘K-방역’이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미국의 사례처럼 불평등을 조장하는 정치자금의 폐해를 막고자 우리나라의 정치자금법이 기업 같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원천 차단한 이유이며, 비록 소액일지라도 그간 정치인에게 기부한 정치후원금이 빛을 발한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새로운 유형의 팬데믹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가 가진 자들의 이익을 우선하게 못 하도록, 정치인들이 마음의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치후원금 기부를 부탁드린다. 그 방법(기탁금 또는 후원금) 및 대상(선거관리위원회 또는 정당·국회의원 후원회) 등은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를 찾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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