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개 끝 부분 갈고리 모양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어
나방 대부분 움직임 많으나 없는게 특징
관찰 쉬워 카메라 포착하기엔 ‘안성맞춤’
굳이 샬레에 넣고 관찰·사육 필요 없어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6 > 황줄점갈고리나방
 

사진 1-1 황줄점갈고리나방애벌레(2014년 7월 5일, 용흥사)
사진 1-2 황줄점갈고리나방(2016년 8월 13일, 만연산)
사진 1-3 길쭉바구미(2014년 7월 5일, 용흥사)
사진 1-4 대륙연두게거미(2014년 7월 6일, 용흥사)
사진 1-5 끝루리등에입벌애벌레(2014년 7월 6일, 용흥사)

수 천종의 나방이 존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과별로 날개 모양이 나름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종에 따라 모양은 차이가 있으나 갈고리나방 무리는 대부분 앞날개 시정(끝) 아랫부분이 갈고리모양을 하고 있어 날개만 봐도 갈고리나방임을 알수 있다.

숲 속을 지나다보면 나뭇잎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움직임이 없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조금만 위협을 느껴도 휙 날아가 버리는 대부분의 나방에 비하면 고마운 녀석이 아닐수 없다.

2014년 7월 5일 담양의 용흥사를 찾았다. 절 뒤쪽 계곡엔 다양한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거의 찾는 사람들이 없어 애벌레들과 눈맞춤하기엔 그만이다. 절 입구 길가에 상수리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눈에 익은 녀석이 보인다. 먹이식물은 신갈나무인데 욘석은 상수리나무에 자리를 잡았다. 살짝 건드리니 몸을 둥글게 반으로 접는다. 위협을 느끼면 하는 행동이다. 갈고리나방애벌레의 특징인 배 끝의 긴 가시돌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박각시애벌레들도 돌기가 있는데 짧고 뭉툭하다. 이런 큰 특징들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구분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자신의 실력을 뽐낼수 있을 것이다.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이 조금 어두워진다.

녀석을 가만히 들여보고 있는데 입에서 실을 뿜어내어 열심히 좌우로 흔들며 잎을 조금씩 오그린다. 종령이 되어서 번데기가 되려는 것이다. 신기하게 지켜보다 계곡으로 오른다. 내려오면서 다시 관찰키로 마음먹었다.

숲속은 치열한 생존경쟁중이다.

얼룩장다리파리로 한끼 식사중인 대륙연두게거미, 종족번식을 위해 열심히 짝짓기중인 길쭉바구미, 닥치는데로 먹어치우고 있는 끝누리등에입벌애벌레들.

이것 저것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툭 툭 툭 나뭇잎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옷으로 카메라와 배낭을 대충 가리고 서둘러 내려간다. 빗속의 숲은 신비스러움 그 자체다.

용흥사입구에 이르러 황줄점갈고리나방애벌레를 다시 찾았다. 어찌 변했을까?

잎을 약간 접어 엉성한 흰 막을 치고 번데기가 되는데 비가 많이 내려 그 안에 물이 차 있다. 과연 번데기가 잘 될지 우려스럽다. 물속에 애벌레가 잠겨 있으니 말이다. 번데기가 잘 된다면 보통 7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녀석의 운명은 어찌될지 궁금하다.

2016년 8월 13일 화순 만연산으로 숲 기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짝짓기중인 황줄점갈고리나방을 만났다. 흔하게 보이는 녀석이라 자주 만나는데 항상 거의 움직임이 없다. 꼭 죽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애벌레도 거의 움직임이 없으니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좋다. 대부분의 나방이나 애벌레들은 워낙 움직임이 많고 경계심이 많아 앵글에 담기가 쉽지 않은데 고마운 녀석들이다.

이렇게 가까운 숲에서 자주 보이는 녀석들은 굳이 데려다 사육하면서 관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고 아직 못봤던 녀석들을 찾아 다니지만 쉽지않다. 특히 겨울엔 그렇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도 되지않았는데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멋진 녀석들과 눈맞춤하는 따뜻한 봄날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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