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배움터를 꿈꾸며
김 홍 식(일동중 교장·전 광주서부교육장)

가정이나 학교, 직장 그 어디든지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만큼 소통이 조직문화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우리 학교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렵고, 반대로 학생들은 교사들의 지도에 불만이 많다. 게다가 학교 구성원은 물론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안타깝게 하는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가 없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내면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진정한 교육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때 서로를 탓만 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에게 다가서고 기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인가?

먼저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생님 명예헌장’과 ‘학생 명예헌장’의 제정은 단순한 선언적 차원을 넘어 학교 구성원 간의 관계를 가꾸는 유용한 실천 운동이다. 특히 교사,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약속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실천 의지가 높다는 점이 좋다. 입학식은 물론 각종 교육활동을 하면서 서로에게 약속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구성원들이 하나의 신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더 힐 스쿨’에서도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 규율(Honor Code)’에 근거한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단순한 지시·통제 대상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존엄한 권리 주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권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갖기 교육 강화, 학교 내 제도, 규정, 시설 등에서 인권 침해 요인을 추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교직원들의 바람직한 언행으로 학생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사소한 문제로 학생들과 아침부터 부딪쳐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주고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두발, 복장 등 솔직히 어른들의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교육적으로 방임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절대적인 선과 악의 문제도 아닌데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억압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교육적 효과는커녕 오히려 반발과 부작용만 속출한다. 다른 학생들이 동조해서 엉망이 될 것이라는 염려와는 달리 실제로는 그러지도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자정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 지나면 스스로 달라진다. 이때 교사의 진솔한 칭찬과 따뜻한 격려는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생기면 그만큼 교육력의 손실만 초래할 뿐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만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사들의 진정성 있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뭔가 느낌과 울림을 주고 이게 바로 교육력으로 작용한다. 학생들이 학교가 좋은 이유로 ‘선생님들이 좋다’를 첫 번째로 꼽는다면 당연히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좋고 교육력이 오롯이 살아 있음을 뜻한다.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거나 어떤 가치를 무조건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선생님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학생들이 편한 마음으로 선생님을 찾아와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상담을 한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매우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지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처럼 순박하고 말 잘 듣는 아이들도 없을 거예요.”라는 칭찬을 자주 한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의 지도가 학생들에게 통한다. 좋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담과 지도는 아이들을 바꾸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이처럼 교사-학생 간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살아 있을 때 학교와 교사의 존재 가치는 물론이고 교육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학교! 거칠고 모진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희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해 본다. 나아가 ‘교사’와 ‘학생’이 아닌 존경받는 ‘스승’과 그 영혼을 닮아가는 ‘제자’들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배움터이기를 꿈꾼다. 교육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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