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전남농업’ 스마트 기술로 생명 불어 넣는다”
고령화·인구감소·농경지 축소·기후변화 ‘악재 ’
적은 인력으로 집중 재배 … 생산 시스템 변화 불가피
젊은 인력 양성 · 우수 종자 보급 시대적 소명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스마트 팜 농가 확대
기온 상승 따른 아열대 작물 재배 특산물 지도 바뀌어

 

전남 지역 농업의 다변화를 꾀할 신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 팜의 도입이 속도를내고 있다. 사진은 ‘단동형 스마트팜 구축단지’ 모습. /전남농기원 제공

‘기후 위기’란 단어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폭설’, ‘폭우’, ‘가뭄’, ‘열대야’ 등 기상이변이라 여겨지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우리 생활 속 깊숙히 자리할 만큼 일상화 됐기 때문. 이러한 기후의 예측 불가능성은 작게는 일상의 귀찮음 정도에서 크게는 산업 전반의 추락을 가져올 만큼 크다. 자연 환경적 요인에 좌지우지 되는 농업 분야에서의 민감성은 더욱 그렇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을 만큼 농업이 중심이었던 대한민국. 농사와 기후의 상관관계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크고 중요하다. 기후위기는 그래서 더욱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농도 전남’에서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기술 도입이 절실한 것도 같은 맥락.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는 이러한 변화의 변곡점이 될 중요한 시기이다. 남도일보는 지역 젊은 농업인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 지역 농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연속 시리즈로 제작해 독자들과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농촌·농업 현실은

지역 농업의 현주소는 ‘암울하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노동집약산업 = 농업’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갈수록 짙어져만 가는 고령화의 그늘 속에 인력 감소와 농경지 축소, 이에 따른 생산성 하락은 현 지역 농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초상화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분석한 전남 농가인구 비율 추이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31만 8천 848명이었던 농가인구가 지난 2019년에는 약 6% 감소한 29만 7천 890명 대까지 대폭 줄었다.

이는 전남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00년 13.6%에서 2020년 23.1%까지 치솟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인력 소모가 높은 논벼 경영(전체 농업 경영 비율 대비 43.7%)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2040년까지 전체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42%가 65세 이상 인구로 채워질 것이란 분석이 두렵기까지 하다.

특히 농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후 변화 또한 심상치 않다. 최근 10년(2010년~2019년)간 광주·전남 연평균기온은 14.1도로 평년(13.7도)보다 0.4도 높았다. 시간을 더욱 뒤로 돌려보면 지난 47년(1973~2019년)동안 거의 1도에 가까운 0.9도 상승했다. 1이란 숫자가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자연 환경적 측면에선 보통 일이 아니다.

벼, 과일 등 생물들에겐 성장속도, 생산량, 생산 품질 등 여러부분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한반도가 동남아 국가와 유사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고 이는 농도 전남의 작물 재배 지형도까지 새로 쓰고 있다는 점은 결코 현 기후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증거다.

전남 지역 한 농민이 재배중인 바나나의 색깔, 모양 등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작물 재배 지형도 ‘흔들’

기후변화는 과거 지역 대표 특산품의 종류와 품종까지 뒤바꿨다. 온화한 기후를 보유한 국가에서나 볼수 있었던 바나나가 강진 등 전남 일부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고, 애물망고 등 아열대 작물 재배도 지역 일부 지역에선 이미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대구로 대표되던 ‘사과’도 어느덧 장성 등 전남 지역의 특산품으로 성장중이다.

세부적으로 지난 2019년 기준 광주·전남 지역 사과 생산량은 5천 506톤으로 ‘2000년(668톤)보다 724.3% 증가했다. 복숭아 생산량도 7천 181톤으로 ‘2000년(3천 759톤)보다 91.0% 급증했다.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도 매년 크게 늘어나며 2019년 기준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82.5㏊로 전국 재배면적(314.3㏊)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대중화 됐다.

반면 지역 대표 특산물 중 하나인 배 생산량은 2019년 5만 1천 133톤으로 ‘2000년(7만 73톤)보다 -27.0% 감소했고, 포도 생산량도 3천 520톤으로 ‘2000년(1만 2천 240톤)보다 -71.2%나 급감했다.

인력의 감소 속에 전남지역 시·군별 전체 경지면적(2016년 기준)이 29만 8천 95㏊로 지난 1995년 33만 4천 255㏊보다 -10.8%나 줄어든 상황에서 작물들의 생산지 변화는 ‘재배기술의 다변화’, ‘소비자 기호 충족’, ‘판로 재확보’ 등 기존 농업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등이 접목된 스마트농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인구 및 농지 감소,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등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 열대작물인 애플망고가 지역에서 주 생산 품목으로 고속 성장 중이다. 사진은 영광군 애플망고 재배단지.

◇스마트농업이‘희망으로’

인력의 감소와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작물의 다양화 현상은 바꿔 말해 적은 인력으로 작물을 집중 재배할 수 있는 기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 농업의 탄생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른 필수 불가결한 선택에 가깝다. 스마트 팜(smart farm)은 센서와 네트워크 기반의 스마트 농업생산 시스템을 일컫는다. 각종 센서 기술을 이용해 농축산물의 생장, 생육 단계부터 온도, 습도, CO2 등의 정보 관리에 기초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병충해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농업 뿐 아니라 가축 사육 등 축산업과 어업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농업현장에 빠르게 보급중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이하 농기원) 자료에 따르면 전남의 스마트팜 설치농가는 185농가, 면적은 110㏊다. 파프리카, 멜론, 토마토, 망고 등 종류까지 다양하다.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등 기술의 다양성도 눈에 띈다.

신축년 새해에는 이런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농기원을 중심으로 시설원예 뿐 아니라 노지 스마트팜 면적을 확대하고 축사에도 보급될 예정이다. 수집 작목을 확대해 종합 빅데이터 기반 환경관리 모델화와 현장실증을 통해 고도화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기반 디지털농업 기술개발과 확산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운영해 저가형 스마트팜 보급,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기술 개발, 첨단 무인자동화 농업생산 시범단지 조성, 에그리텍 융합 사이언스 파크 조성 사업 발굴을 추진한다.

스마트 기술 도입을 농촌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젊은 인재 육성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영농형 태양광 하부경지 차나무 재배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8면에서 계속>

◇젊은농업 인재 육성 ·신품종 개발 ‘속도’

농업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기술의 도입과 별도로 젊은 농업 인재 육성은 과제이자 숙제다. 물론 현재 청년들로 대체하는 노력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농기원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돈 버는 젊은 농업인 육성을 위해 청년 창업농 53명이 유통조직체 지오쿱(ZIOCOOP)이라는 유통조합을 설립, 이들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청년농업인들에게 스마트 농업 확산을 위한 스마트팜 경영실습장을 임대, 일정 기간 영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장흥·고흥 전남 지역에 약 20여개의 스마트팜 실습장이 설치·운영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아직도 젊은 청년들의 농업에 관한 관심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농가 소득이 젊은층을 끌어들이기엔 아직 부족해서다. 실제로 전남 지역 순수 농업소득은 2019년 기준 883만 7천원으로 2010년 888만원보다 도리어 후퇴했다. 농가부채도 2019년 2천 680만 5천원으로 2010년(2천 21만 6천원)보다 32.6%나 늘었다. 결국 기술 혁신을 통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신품종 개발 및 수출농업 육성 노력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다.

현재 세계의 종자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국내 종자 자급률이 낮아 외국의존도가 높다. 전통육종 방법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농기원은 분자마커 활용 등 신육종 기술을 도입해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높여 우수 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육성된 품종을 신품종 전문 특화단지를 조성, 브랜드화를 도모하고 나아가서 해외 수출을 통한 로열티 획득을 위해 시험재배를 추진한다.

시·군별 성장 가능 특화작목 육성을 통해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목을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1시·군 1특화작목’육성을 위해 작목 특성과 성장 단계별로 차별 지원해 지역농업 R&D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해 프리미엄 시장개척을 위해 종합 마케팅 지원 등도 지원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특화품목 육성을 통한 기술개발과 보급을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전남농기원 관계자는 “겨울철 온난화에 의한 봄철 서리피해 증가와 여름철 고온, 집중호우,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업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자연재난에 의한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되는 돌발병해충의 실태조사와 영향평가를 통해 대응하고 안정적인 판로확보 방안과 유통체계를 마련, 동남아 국가와 체결되는 FTA에 의해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에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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