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고-도심 속 녹색공동체를 통해 광주 바람길을 만들자.

최봉익(공동체 모닥 대표)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 속의 산바람 강바람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특히 도시에서는 맑고 깨끗한 시원한 바람 한 점이 아쉬운 요즘이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세워져 바람을 막고 있는 빌딩숲 때문에 시원한 바람을 만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도시는 스스로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어려운 구조다. 도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낮 동안에 달구어졌다가 밤에 천천히 열을 내뿜는다. 밤이 되어도 도무지 시원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흙과 달리 콘크리트는 물을 품지 못하기 때문에 물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냉각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자동차들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높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시는 공기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수많은 오염 물질로 이루어진 더운 공기가 도시 상공에 지붕처럼 덮여 있어 교외보다 온도가 더 높아진다. 여름이면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 바람길이다.

바람길로 유명한 곳은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 도시 슈투트가르트다. 이 도시는 도심을 둘러싸는 숲에서 발생한 차갑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으로 흘러오게 하려고 도시의 모든 토지와 건물의 형태를 제한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바람길을 만들었다. 계곡이나 비탈 또는 언덕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하고, 현재 있는 건물도 높이를 제한하였다. 도시의 녹지를 잘 보존하고, 숲 근처의 건물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평행하게 짓고 있다. 그 결과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로 끌어들이고, 도심의 오염된 공기를 밀어내어 대기 오염을 정화하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한다. 우리나라도 청계천이 복원되어 바람길의 기능을 발휘하여, 복원 이전보다 주변 지역의 온도가 상당히 많이 내려간 사례가 있다. 이처럼 인간만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자세로 바람길을 살린다면 지구 온난화를 지연시키고 매연이 줄어든 지속가능한 쾌적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의 바람을 도시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려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낼 때 바람을 최대한 덜 가로막도록 해야 한다. 하천과 더불어 도시의 주요 바람길인 도로는 가급적 풍향과 평행하게 만드는 게 좋다. 도로는 폭이 넓을수록 바람이 먼 곳까지 잘 통한다. 반대로 도로가 좁고 양옆으로 높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면 오염 물질이 넓게 퍼지기 어렵다. 그러나 도시 외부의 시원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바람이 도심의 대기오염물질을 싣고 도시 외곽의 주거 지역으로 흐른다면 주거 지역의 공기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도시의 바람길을 제대로 조성하려면 그 지역의 공기가 어디로 얼마나 흐르는지 정량적으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국지적인 규모에서 바람길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건물의 긴 쪽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수평 되게 건물을 짓는다면 바람이 막히는 정도도 줄어든다. 여러 동의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도 바람이 들어와서 나가는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필로티 구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벽체 없이 기둥만으로 만들어 지상에서 들어 올리는 건축양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의 길을 고려하기 보다는 다세대주택에서 주차장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도심 내에서 찬공기를 만들 수 있다면 바람길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녹지나 하천은 머금고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떨어뜨리는 냉각 효과가 탁월하다. 도시 안에 녹지와 물이 흐르는 곳을 많이 만들어 주면 산에서 찬바람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산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를 도심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 도시 안에 녹지로 길을 만들 수도 있다. 자연의 시원한 바람은 도시의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을 완화시킨다. 무엇보다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 주는 한 줄기 바람은 도시에서 잊혀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무등(無等)에서 출발한 광주 바람길은 운림(雲林), 방림(芳林), 양림(楊林), 덕림(德林), 서림(瑞林)을 지나 계림(鷄林)의 경호(鏡湖)에서 노닐다가 태봉(胎封)에서 출발한 광주푸른길과 접속한다.”

뻥 뚫린 바람길을 통해 들어온 맑고 시원한 공기처럼. 국제기후환경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아파트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지는 도심 속 녹색공동체가 도시 빌딩숲의 바람길이 되어 다가올 기후위기를 잘 견디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