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에 몸을 숨긴 채 우화…이름도 ‘생소’
샬레로 옮겨진 녀석 스트레스 최소화 노력
은신처가 무덤되는 자연생태계 속설 입증
전문가 도움받아 찾아낸 이름 ‘기쁨 두배’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7 > 연무늬들명나방
 

사진-1 연무늬들명나방애벌레(2020년 6월 22일, 용산동)
사진-2 연무늬들명나방애벌레(2020년 6월 22일, 용산동)
사진-3 연무늬들명나방애벌레(2020년 6월 24일, 용산동)
사진-4 연무늬들명나방번데기(2020년 7월 3일, 용산동)
사진-5 연무늬들명나방(2020년 7월 15일, 용산동)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하순. 담쟁이덩굴도 점점 무성해져간다. 일찍 피어난 잎은 커다람을 한껏 뽐내고 새로이 자란 잎들은 예쁜 색을 자랑하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여기 저기 적당히 자란 잎이 둘둘 말린 것들을 볼 수 있다.

어떤 녀석들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해서 참을수가 없다. 몇 개를 열어봤으나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흔적만 남아 있다. 열심히 뒤지다보니 드디어 한 녀석이 머리를 빼꼼이 내민다. 풀명나방과, 잎말이나방과등 애벌레들은 이렇게 은신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먹고 싸고 살다가 다른 잎으로 이동을 한다.

생김새도 비슷비슷해 정말 구분이 쉽지않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허운홍 선생께 도움을 청해보지만 소득이 없다.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샬레에 담아 길러 보는 수 밖에 없다.

2020년 6월 24일, 한 녀석을 샬레에 옮겼다. 오전에 옮겨 놓고 오후에 다시 와 살펴보니 잎을 많이 먹었다. 선명하게 얼굴을 보여준다. 연한 잎을 골라 새로이 넣어준다. 녀석이 살던 곳에 샬레를 놓고 관찰하니 먹이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다. 하루 두 번 관찰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말이다.

2020년 7월 03일, 녀석이 번데기가 되었다. 둘둘 말고 있던 은신처에서 나와 잎 끝을 잘라서 말아 붙이고 멋진 번데기가 되어 있다. 어떤 모습의 번데기일까 궁금하여 열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가 없다. 아직 애벌레의 이름도 모르는데 실패하는게 두려워서다.

언제 우화할지도 모르는데 녀석에게 스트레스를 줄수가 없다. 녀석의 우화를 기다리며 그곳을 세밀히 관찰하였는데 말린 잎을 상당히 많이 보았으나 이렇게 번데기를 튼 녀석은 쉽게 보이질 않는다. 수 많은 녀석들이 알에서 깨어나 부지런히 먹으며 삶을 영위하지만 번데기를 틀어 어른벌레로 우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 것 같다.

자연생태계는 그만큼 천적들이 많다. 실제 은신처를 만드는 녀석들이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은신처가 공격을 받았을 때는 도망갈 수가 없어 거의 생존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2020년 7월 15일, 드디어 우화했다. 대충 이런 모습을 예상은 했었지만 아직 정확히 이름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샬레 뚜껑을 열고 증명사진을 담는다. 보통 뚜껑을 열면 바로 날아가 버리는데 잠시 그대로 있어준다. 이럴 때가 제일 고맙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려면 3시간이나 남았는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도감을 펴들고 녀석을 찾아봐야 하니까.

잠깐의 점심시간을 활용해 부지런히 도감을 넘겼지만 쉽게 찾아지지가 않는다. 오후 근무후 퇴근하여 저녁 내내 찾아야 할 듯하다. 뭔가 할 일이 생겼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다가 온다.

애벌레도 그랬지만 어른벌레도 참 비슷한 녀석들이 많다. 아무리 뒤져도 어렵다. 할수없이 다초리 김상수 저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연무늬들명나방같은데 맞는지? 한참이 지난 후 맞다는 답이 온다. 얼마나 기쁘던지….

앉아 있을 때 대부분 날개가 배를 거의 덮지 않거나 일부분만 덮는다. 어른벌레 머리는 매끈한 게 눈에 띈다. 이렇게 또 한 종을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어 갈무리 하니 뿌뜻하다. 다음엔 또 어떤 녀석과의 만남일까? 궁금하다.

글·사진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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