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마운 사람이기를
이성자(동화작가)

겨울이 되자 ‘배를 호수에서 끌어낸 농부가 이듬해 허름해진 배를 칠해 달라고 칠장이에게 부탁한다. 얼마 후, 농부의 두 아들이 배를 타러 호수로 나갔다. 농부는 나중에야 배에 구멍이 난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두 아들이 있는 호수로 달려갔다. 물에 빠져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칠장이의 배려 덕분에 두 아들은 무사했다. 배를 확인한 결과 칠장이가 칠을 하고 밑창에 난 구멍까지 막아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찾아가서 고마움을 전하자 칠장이는 물이 새지 않게 나무 조각을 박아 넣은 것뿐인데, 뭐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칠장이의 말에 농부가 고개를 숙여,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지만 아저씨의 작은 정성이 제 두 아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라며 인사했다.’ 탈무드에서 건져 올린 그림책 <칠장이의 배려>에 나오는 주인공 칠장이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또 한 분, 길 위의 고마운 사람을 소개한다. 얼마 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목적지를 찾아가다가, 이 방향이 맞나? 저쪽으로 가야하나? 주저하고 있는데 도로 위에 그려진 분홍색 선과 초록색 선이 내 눈길을 잡았다. 순간 고민이 깔끔히 해결되었다. 안내된 색깔을 따라 제대로 갈 수 있었으니까. 순간, 이거 누가 만든 아이디어지? 생각했다. 얼마 후 도로 위에 분홍선을 그려 넣은 사람은 안성용인건설사업단 설계차장 윤석덕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이디어 영감을 자녀에게 얻었다고 한다. 집에서 아들과 딸이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도로에도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보상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오직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분기점22% 나들목 40% 사고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윤석덕의 고마운 배려가 결과적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더 고마운 사람은, 바로 코로나19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수많은 의료진들이 아닐까.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만난 의료진들은 통풍이 전혀 안 되는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겠지만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을 그들. 얼굴을 꽉 조이는 마스크가 숨이 차게 하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의료 인력 때문에 마음 놓고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마스크 벗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숨은 전파자를 찾기 위해 야외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수고하는 근무자들 또한 눈물 나도록 고마운 사람들이다.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집에서 안전하게 숨 쉬는 것, 식탁에 앉아 편안하게 밥 먹는 일조차도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이런 와중에도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모모한 장소에 숨어서 그들만의 모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의 수고와 희생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올해는 인간을 도와 농사짓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까지를 제공하는 고마운 동물 소띠 해다. 아마 진행 중인 백신개발도 뚝심으로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이런 소의 기운을 받아 동화 속 칠장이와 도로위에 분홍선을 그려놓은, 다른 이의 안전과 생명을 먼저 걱정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나야할 것이다. 고통 받는 환자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코로나19 현장으로 달려가는 고마운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더욱 더 넘쳐나는 사회가 되어야할 터이다.

지금껏 설마 하면서 각종 방역지침을 교묘하게 따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마음을 다잡아야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위태롭다는 생각으로 내 안전과 이웃의 안전, 생명의 소중함을 자나 깨나 생각해야할 때이다. 최근에는 영국 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누가 권하지 않아도 2021년에는 모두가 스스로 고마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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