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티앤엘서 또 30대 노동자 숨져

3년전에도 같은 공간에서 유사 사고

제2의 태안 김용균 사망사고 반복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 무색케 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금호티앤엘/장봉현 기자

 

 

외주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또 반복됐다. 여수국가산단 내 금호티앤엘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나자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수사팀을 투입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고 피해자가 3년 전 숨진 노동자와 같은 회사 직원이고, 사고도 같은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동단체는 ‘위험의 위주화가 부른 참극’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11일 여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분께 여수시 낙포동 금호티앤엘에서 기계정비하청업체 성호엔지니어링 직원 A(33)씨가 석탄 운송 컨베이어 정비를 하다가 몸이 끼었다.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만에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돼 여천 전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 숨졌다.

A씨는 동료와 2인 1조로 설비가 멈춘 상태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을 집어넣어 점검을 벌이다 갑자기 기계가 작동되면서 변을 당했다. A씨 동료는 무전으로 회사에 사고 소식을 알렸고 112와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멈춰있던 설비에서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작동해 변을 당한 만큼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현장 책임자와 목격자와 다른 노동자 등을 상대로 관리·감독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밝힐 방침이다. 다만 A씨가 사고에 의해 숨진 것이 명백한 만큼 부검은 안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도 곧바로 해당 사업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인규명을 위한 조사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컨베이어 이송 장치의 경우 노동자가 들어가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멈추게 하는 연동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이번 사고 현장은 설치가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가 작업 도중 변을 당한 현장은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고 작업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안전관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금호티앤엘에 대해 근로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사고 원인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한 ‘위험의 외주화’로 지목되는 만큼 안전보건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여수지청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살펴본 결과 상식적으로 어떻게 작업이 이뤄졌는지,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사고 발생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고 강력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현장에서는 2018년 8월 이번 사고 피해자와 같은 회사인 성호엔지니어링 소속의 40대 직원 B씨가 소방점검을 하다가 가동 중인 컨베이어 설비에 떨어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 개정되고,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는 성명을 내고 “해당 사업장에서는 2018년 8월에도 추락해 숨지는 등 각종 안전사고가 잇달았고, 태안화력 고 김용균 죽음과 꼭 닮았다”며 “산재사고는 반복, 은폐, 잊혀지는 만큼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단체는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대시민 사과 ▲여수시와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시 투명한 조사실시와 대책마련을 위해 노동자가 참여하는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호티앤엘 관계자는 “왜 갑자기 컨베이어 이송 장치가 작동했는지 의문이다”며 “최대한 빨리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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