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이하며

임채국(광주환경공단 시민소통팀장)

임채국 광주환경공단 시민소통팀장
다사다난했던 2020년 경자년이 지나가고 소띠해인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2021년 ‘신축년’은 육십갑자 중 38번째로 흰색에 해당하는 天干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地支 ‘축(丑)’이 만난 상서로운 ‘흰 소띠의 해’이다. 흰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져 오며 따라서 2021년도에는 상서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해로 일컬어지고 있다.

과거 민속문학에서 소는 우직함과 의로움, 성실함, 용맹함 등의 성품을 지닌 동물로 여겨져 왔다. 원래 체질이 건강해 병에 잘 걸리지 않으며, 성질이 온순해 사람을 잘 따르고 다리와 발굽이 튼튼해 일도 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은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되어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다. 우리 조상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농사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소중히 여겼다. 소는 논이나 밭을 쟁기질하는 등 힘든 농사일을 하는데 필수적인 노동력이자 일상생활에서는 운송 수단이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 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더불어 옛 농경사회에서 소의 상태는 그 집의 근면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예로부터 사위나 며느리를 고를 때, 그 집에 소의 상태를 파악했던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유래됐다.

‘삼국지’ 동이전을 보면 고구려의 전신인 부여에서 전쟁이 있을 때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규원사화’에도 흰 소를 잡아 태백산록에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성계의 조상 이양무의 준경묘에도 아들 이안사가 아버지의 장사를 치를 때 소 100마리 대신 흰소(白牛)를 잡아 고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나온다. 임금을 만들어낸 흰 소이다. 또한 소는 풍요를 상징해 제의에 사용하기도 했는데 조선시대에는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경칩 후 첫 해일에 ‘선농제’를 지냈다. 이는 소를 제물로 사용하고 왕이 직접 밭 가는 모습을 보여 농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나라의 행사로서 행사가 끝나면 제물로 사용한 소를 끓여 백성과 나눠 먹었다. 이 음식이 설렁탕이다.

소는 행운 및 수호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 날 각 마을에서는 그해 풍년을 기원하는 소놀음굿을 펼쳤고, 풍수지리설에는 “묏자리가 소의 형국이면 그 자손이 부자가 된다”는 문구도 있다. 또한, 장사하는 집에서는 대문에 쇠 코뚜레를 걸어뒀다. 이것은 소를 잡아먹었다는 표시로 악귀가 침입하다가 이를 보면 도망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소와 관련해서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사자성어가 유명하다. 소의 걸음으로 천 리(약 393㎞, 서울∼부산 간 거리)를 간다는 뜻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 소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밭을 갈면서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줬다.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소를 닮았을까?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하여 결국 성공을 만드는 사람 중에 소띠 태생이 많다. 바로 소띠들의 공통점이 근면과 성실이다. 그러나 고집 하나는 대단해서 그야말로 황소고집이라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페이스로 밀고 나가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또한 소는 둔한 것 같으면서도 신나는 일에는 ‘쇠뿔도 단김에 빼듯’ 침식을 잊고 해내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것도 소띠들의 공통점이다. 한번 마음먹었다 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해내는 사람 역시 소띠이다. 어떤 일을 열이 올랐을 때 과단성 있게 추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했지만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긴 우리 선조들은 묵묵히 일하고 온유한 성격의 소가 듬직한 풍채를 갖고 꾸준하게 주인을 돕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모든 분이 우직하고 순박하며 힘든 일을 묵묵히 이겨내는 소의 모습처럼 흰 소의 해를 맞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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