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5)혼인식

<제4화>기생 소백주 (55)혼인식

그림/이미애(삽화가)
그림/이미애(삽화가)
점잖은 체면에 홍진사는 아들을 잘못 둔 죄로 이웃들에게 사과를 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 홍수개를 붙잡아 놓고 타이르고 훈계를 했다. 홍수개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으나 말짱 그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수개가 이웃집 아이를 때려 코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아이의 농사 짓는 가난한 부모는 홍진사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때 홍진사는 아들 홍수개를 붙들어 와서는 자기 집 커다란 기와집 기둥을 품에 안게 하고는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질을 했다.

“이놈아! 너는 이 집의 기둥이거늘 그리 못된 짓만 일삼으면 어떻게 하느냔 말이냐!”

아들 홍수개를 타이르기만 하던 홍진사도 더 이상은 안 되겠던지 집 기둥을 붙들어 안게 하고는 매를 때리며 그 버릇을 고쳐보려 했던 것이다.

홍수개는 아픔에 못 이겨 징징 울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맹세 하였으나 닷새를 넘기지 못하고 또 일통을 내고 말았다.

서책도 읽지 않고 동네 강아지처럼 밖으로 나가 짓궂은 짓이나 좋아하더니 여자를 알 사춘기가 되자 이제는 참으로 큰일을 내는 것이었다.

동네 처녀들에게 짓궂은 농을 걸기도하고 심지어는 산 너머 다른 동네에까지 또래 아이들과 몰려가 그 동네 처녀들에게 짓궂게 말을 걸어 그 동네 사내들과 싸움질을 하고 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홍수개의 나이 열여섯 도무지 공부를 하여 좋은 결과를 보기는 이미 틀렸고, 이러다가는 이 동네 저 동네 나다니며 무슨 못된 짓을 저지를까 두려워 홍진사는 홍수개를 혼인시키기로 마음먹고는 부인을 시켜 혼처를 알아보게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산 너머 문벌 좋은 정씨 집안의 규수를 얻어 혼인식을 올려 주었다.

혼인식을 올려주어 부인을 보면 마음을 다 잡고 집안일에나 충실하며 조용히 잘 지내겠거니 기대 했는데 혼인식 바로 다음날부터 생트집을 잡고는 시집 온 부인 방에 들려하지를 않았다.

이유인 즉 신부가 너무 못생겼다는 것이었다.

새로 얻은 며느리 용모가 출중한 미인은 아니고 작은 키에 몸이 좀 뚱뚱 하기는 했어도 어려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고 예법을 익힌 총명한 여인으로 복 있는 인상이었던 것이다.

아들 홍수개의 꼴을 본 홍진사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정씨 집안하면 이 지방에서는 권세를 누리고 있는데 올린 혼사를 깨뜨리고 절대로 신부를 물릴 수는 없었다.

홍진사는 아들 홍수개의 하는 꼴을 보고는 가슴을 쳤다.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 어쩌다가 저런 못된 자식을 낳았단 말인가? 홍진사는 부인 더러 아들 홍수개를 잘 달래보라고 하고는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몸져 눕고 말았다. 아들 홍수개에 대한 상심이 컸던 것이 병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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