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걸쳐 확인된 나방…나비만큼 아름다움에 ‘매료’
웬만한 숲속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애벌레 관찰 어려워
추위 다가오는 11월께 우화 …과정 못봐 아쉬움 가득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8 > 유리산누에나방

 

사진-1 유리산누에나방애벌레
사진-2 유리산누에나방애벌레
사진-3 유리산누에나방 고치(2019년 12월 29일, 바람재)
사진-4 유리산누에나방 번데기와 탈피각(2018년 11월 24일, 중지마을)
사진-5 유리산누에나방(2020년 11월 12일, 동천동)

숲속을 걸으며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메달린 녹색이나 노란색 고치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녹음이 짙은 시기에는 잘 보이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낙옆이 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한적한 산길에서 종종 볼수 있는 이 고치의 주인이 누구일까 몹시 궁금했다. 한쪽 끝에 길게 실을 뿜어 나뭇가지에 단단히 메달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고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는 단단히 봉해져 있고, 아래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한동안 누가 만든 고치인지도 모르고 참 단단히도 붙여 놓았구나라고 감탄만 했을 뿐이다.

점차 나방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리산누에나방 고치라는 것을 알았고, 조그만 구멍은 배설물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것도 신기할 뿐이다. 고치를 볼때마다 우화한 빈 고치인지 아니면 그 안에 번데기가 있는것인지 궁금했지만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나뭇가지에서 떼어 본적도 없었다. 열심히 사진으로만 담았을 뿐이다.

지난 여름 어느날, 광양과 순천에서 활동하시는 숲해설가 선생님들과 다초리 김상수 저자와 함께 광양 백운산으로 나방과 애벌레를 관찰하러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유리산누에나방의 고치 2개체를 채집하였는데 내려오다 보니 한 개체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찾아 보았으나 도저히 찾을수가 없다. 11월에 우화하는 녀석이라 꼭 어른벌레를 보고픈 마음에 집에서 관찰하기로 작정하고 확률을 높이기 위해 2개체를 채집하였는데 많이 아쉽다.

2018년 11월 24일, 무등산 중지마을에서 중머리재로 가는 등산로에서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의 고치를 발견했다. 참나무잎과 함께 떨어져 있었는데 위쪽을 보니 열려있었다. 번데기가 보인다. 해부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심스럽게 반으로 갈라보니 온전한 형태의 탈피각이 나온다. 멋지게 우화했을 녀석의 모습을 그려본다.

유리산누에나방의 애벌레를 찾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불행히도 만나지 못했다. 어른벌레도 본적이 없었으니 도감으로만 보고 녀석의 모습을 눈으로 익히고 있었을 뿐이다. 웬만한 산의 숲속에서 녀석의 고치를 발견할수 있는 것으로 보아 개체수는 상당하리라 생각되는데 왜 이렇게 보기 힘든것인지. 그래서 더욱 녀석의 우화가 기다려진다.

2020년 11월 12일,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화장실 벽을 보니 그토록 기다리던 녀석이 드디어 우화를 했다. 암컷이다. 수컷은 검붉은 색이 난다. 고치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녀석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하다. 비록 우화과정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날개를 말리고 있는 녀석이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연신 샷을 날리며 언제 자연으로 돌려주어야 할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완전히 날개가 마를때까지 기다릴까 생각도 했지만 날개가 상할 우려가 있어 바로 날려주기로 한다. 조심스럽게 샬레에 담으니 몸무게를 줄이려는 듯 상당히 많은 물을 뿜어낸다.

근처에 있는 동천초교의 잔디밭에 녀석을 내려놓으니 몇 번의 날개짓만 하고 그대로 가만히 있다. 덕분에 멋진 증명사진을 담을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녀석이 궁금하여 다시 그 자리에 가보니 흔적도 없다. 부디 잘 살길 빌어본다.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녀석들이 우화한다. 그리곤 짝짓기하고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나방도 나비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 녀석.

애벌레는 허운홍 선생께 부탁드려 얻은 사진이다. 기꺼이 원본을 주신다. 항상 고마우신 분이다. 2령 유충의 바탕색은 노란색이며, 가슴 3마디와 8배마디는 검은색이다. 더 자라면 이 검은색이 푸른색 돌기로 변한다. 종령이 되면 울퉁불퉁한 돌기가 밋밋해진다.

녹색 고치에서는 암컷, 노란색 고치에서는 수컷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암수를 구별할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유리산누에나방. 알에서 부화하여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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