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한 줌 재’된 금호티앤엘 청년 노동자

33번째 생일인 13일 장례 치르고 화장

노동계 “금호 최고 책임자 처벌해야”

13일 오전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와 시민단체가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금호티앤엘을 규탄하고 있다./장봉현 기자
“오늘이 산재사고로 숨진 금호티앤엘 청년노동자의 생일입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젊디젊은 청년노동자가 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 이런 사고는 또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최관식 민주노총 전남 여수시지부장은 13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열린 ‘금호티앤엘 산재사망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지난 10일 여수국가산단 내 금호티앤엘에서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협력업체 직원 A(33)씨가 한 줌의 재가 돼 영원히 잠든 날이다.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와 YMCA,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번 30대 청년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명백한 기업살인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며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해온 사회적 타살이다”고 규정했다.

금호티앤엘의 반복된 사고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금호티앤엘은 노동자의 무덤이다”며 “2018년 같은 현장에서 이번에 숨진 A씨와 같은 회사 직원의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웠다면 가슴 아픈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금호 측이 비인간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금호 측은 작업자의 실수, 기계 오작동을 운운하며 말단 관리자 처벌로만 사건을 끝내려고 은폐 축소, 조기수습을 통한 책임 면하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원청 관계자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호티앤엘은 2014년 유연탄 저장고 붕괴, 한 달 뒤 화재사고, 2018년 협력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에 이어 이번 청년노동자의 죽음까지 산업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원청 최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망사고가 난 협력업체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으로는 경영자 처벌과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법을 당장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은 ‘살인기업보호법’임이 입증됐다”며 “금호티앤엘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지만 모기업 총수인 박찬구 회장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법만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거듭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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