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왜 혁신되지 않는가?
이정선(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변화의 시대! 급변하는 사회, 교육생태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고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지적처럼 학교는 혁신은 고사하고 변화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 가고 싶고 즐거운 장소가 아닌듯 하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나 만족도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학교가 자녀의 미래먹거리를 대비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교사들의 열정과 사명감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한다. 현장감이 떨어진 탁상행정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그 동안 개혁 노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었고, 상당한 예산도 투입되었다. 학교혁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도 가중되었고 당사자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도 제공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다.

왜 그럴까?

캐나다의 교육학자 마이클 플란의 저서 ‘교육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2017)는 이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혁의 핵심은 시스템의 변화보다 문화의 변화가 중요하다’. 즉 교육개혁의 핵심은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의 변화 역시 중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 제도만 바꾸면 학교문화는 왜곡되고 뒤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내부 구성원의 사고방식인 문화까지 바뀌어야 변화는 비로소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가령, 교수-학습지도안을 바꾼다고 수업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수업관이 바뀌어야 한다. 수업에 대해서 교사와 학생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바뀌어야 한다. 즉 제도적 변화보다 규범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상담실을 만들고 상담사를 배치하는 것, 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이들의 생활지도나 상담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심리정서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상담을 통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이며 사회를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되는 가치있고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 아동친화적인 환경과 아동존중의 학교규범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규범적 변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교육제도나 교육내용과 방법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개인적 의미가 있느냐이다. 혁신을 주장하는 구성원들조차도 왜 혁신을 외면할까?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개인적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마키아밸리의 주장처럼 기득권을 지키려 하거나, ‘새로운 변화가 기존의 제도보다 반드시 나으라는 보장이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과 개인적 의미를 찾아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학교 지도자의 새로운 리더십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자로서 교사이다. 새로운 리더십이란, 구시대의 상명하달식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의미를 부여하여 변화에 대한 자발적 의지와 열성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 즉, ‘상징적(문화적) 리더십’이다. 연구는 문제의식의 발견이자 변혁의 원동력이다. 교사는 이를 통해 부단한 자기갱신과 변화의 주체자가 될 수 있다. 실천적 지식으로 무장한 내부 전문가들의 실행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로서 교사는 혁신에 자발적으로 함께 한다.

결국, 학교 혁신을 위해서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학교 관리자의 역할을 문화변화의 리더로서 재정립 할 필요가 있으며, 자발적 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한 교사들의 부단한 자기성찰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개혁의 대상으로 내부자를 배제하거나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대부분의 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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