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치에 주목하자
배미경 (호남대 초빙교수/더킹핀 대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관광산업은 참혹하게 좌초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통계(2020년 10월)지표를 보면 확실해진다. 방한 외래객은 전년 동월 대비 -96.3%, 국민 해외 관광객 -96.7%, 관광 수입과 관광 지출도 각각 -74.0%, -68.1%를 기록했다. 관광산업의 붕괴에 가까운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관광형태도 변했다. 비대면, 소규모 분산, 개별관광, 안전에 최우선을 두는 관광이 대세다. 여기에 ‘호모 나이트쿠스’로 불리는 올빼미족의 증가에 대응하고, 빠른 경기 부양효과를 낼 수 있는 야간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영국의 런던은 지하철과 버스의 24시간 운영 등을 골자로 한 24시간 런던(24 Hour London)정책을 통해 5천400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2천여개의 정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의 뉴욕시도 2017년 ‘잠들지 않는 도시’를 추구하며, 도시 수준의 야간문화를 관리하는 야간생활부(Office of Nightlife)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야간관광 정책을 추진한 결과 연간 30만여명의 고용창출과 약 40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냈다. 밤의 가치에 주목한 결과다.

특히 야간관광은 주간 시장을 야간으로 확장하면서 관광 마켓을 2배로 늘려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다. 야간관광은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어나는 모든 관광 활동을 의미한다. 야간 시간대에만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 개발, 관광 프로그램 제공, 축제 등을 배치해 주간 시간대의 관광시장을 야간으로 확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침체 된 관광산업을 부양하는데 효과적인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야간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3조9천억 원이다. 이는 승용차 11만대, 스마트폰 398만대 생산에 맞먹는 규모다. 고용창출효과도 4만명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19가 한창인 2020년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야간관광에 새롭게 주목하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야간관광테마 여행주간, 야간관광 100선 선정, 야간관광 국제포럼 등 야간관광콘텐츠 확충과 정책 진흥을 본격화했다. 대구와 인천광역시 뿐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군산·전주·익산·하동·서천 등이 야간관광명소조성과 상품화에 나서면서 야간관광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광주는 2010년 야간경관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비교적 일찍 밤의 가치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야간관광의 랜드마크가 될만한 매력물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광주 동구청이 5.18민주광장의 콘텐츠 조성사업비 40억원을 올해 사업비로 확보했다. 5·18민주광장에 미디어아트를 매개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빛의 분수를 조성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전일빌딩245를 야간관광 핵심거점화 한다는 전략이다.

이 핵심거점시설을 시작으로 기 조성된 충장로, 금남로 일대의 다양한 테마거리와 연결하는 관광루트와 야간 체험상품을 개발해 동구를 광주의 야간관광의 1번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마침 동구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 기획으로 출발한 대인야시장, 남광주밤기차야시장, 문화재야행 달빛걸음, 충장축제 등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축적한 곳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올해 개관 예정인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플랫폼(AMT)등 문화예술자원과 5·18역사자원이 특색있는 야간경관과 결합한다면 야간관광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전국 243개의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된 야간관광체제로 신속하게 태세를 전환하고 준비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야간관광시대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신년 첫 출근날 일과 시간을 한참 지난 늦은 시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A군의 관광팀장이었다. 신년 인사도 나눌 겸 반가운 마음에 통화했다. “아니! 연초부터 야간 근무를 하는 것이냐”고 운을 떼었더니, “코로나 이후 몰려 올 관광객들을 맞이하려면 지금부터 박차를 가해야지 않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치지 않고 더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올라왔다. 광주의 야간관광도 이런 마음이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