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과 채색이 공존하는 삶의 경계들
화순석봉미술관 김대원 화백 초대전
4월4일까지 수묵추상 40여작품 선봬
한국적 미감 기반 조형적 감성 눈길

지암 김대원 화백이 화순 석봉미술관에서 오는 4월 4일까지 ‘경계의 확장’ 주제로 기획초대전을 갖는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푸른커뮤니케이션 제공

화선지에 가득찬 수묵의 겹침과 번짐, 검정 먹물이 들어선 듯 하지만 빨강과 노랑, 파랑의 원색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위로 굵기가 일정치 않은 선들이 불규칙하다. 선들은 마치 인간사의 다양한 희노애락을 말하는 듯 하다. 역동적이면서도 유려한 붓질이 엿보인다. 지암 김대원 화백이 화순 석봉미술관에서 전시중인 ‘경계의 확장’에 작품들의 인상이다.

오는 4월 4일까지 진행되는 ‘경계의 확장’ 전은 현대적 필치로 수묵채색화를 주도하는 중견 화가 김 화백의 초대전이다. 전시작은 40~50작품으로 하나같이 100호 안팎의 대작이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이 2014년 광주시립하정웅미술관 초대전에 이후 7년만에 지역에서 갖는 전시회다. 그만큼 이번 전시를 위해 남다른 심혈을 기울였다. 전시작들은 전체적으로 수묵추상화다. 일반적인 문인화나 한국화에서 보는 구상이 아니다.

김대원 작 ‘남겨진 이야기’

김 화백은 수묵의 겹침과 번짐, 선의 두께, 빛의 밝기를 조절한 명암과 그림자로 인간의 삶을 화폭에 담아냈다. 특히 70여년 삶의 흔적들을 녹여냈다. 인간사 고뇌와 아픔, 지인들을 떠나보내는 심정, 즐거움 등이 담겨있다. 자연과 어울리는 인간, 즉 인간의 실존적 고민도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얇고 두꺼운 선들이 어지럽게 펼쳐지거나, 다양한 색채들의 명암을 대비시킨 작품들이 많다.

일부 작품에는 인간의 두상과 신체 윤곽이 작품의 하단부나 중심부에 자리한다. 인간의 아픈 과거와 역사, 현재의 흉악한 세태를 꼬집는 의미다. 김 화백의 작품이 단순한 대상이나 요약, 변형 혹은 자유분방한 스토로크의 흔적만이 아닌 분명한 주제를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김 화백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묵회화 작품들을 통해 한국적 미감이 돋보이는 전통회화에 새로운 변주를 꾀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한국적 미감을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수묵과 채색이 공존하는 화풍을 추구한다.

김대원 작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이같은 화풍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화의 길로 들어선 독특한 이력에 기인한다. 이런 연유로 김 화백의 최근작들은 먹빛과 채색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강경하게 표현하는 작품이 많다. 특히 절제미와 함축미를 갖춘 특유의 조형적 감성이 표출돼 있다.

김 화백이 70중반의 노년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건 늘 새로운 창작을 추구하는 작가정신과 함께 후배·제자들을 위한 사랑때문이다. 선배·스승으로서 항상 고뇌하고 작가정신이 살아있는 정신을 표출함으로써 후배·제자들도 새로운 창작열을 자극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욕심(?)에 김 화백은 건강이 허락한다는 단서를 달면서 5~6년 후에는 자신의 화업을 집대성한 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김 화백은 조선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24회, 단체전 450여 회를 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현재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우리민족 문화예술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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