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갈 곳 잃은 노숙인
<위드코로나 시대, 지역사회 안전망은? ②>
코로나 확산 여파에 지난해부터 배식·쉼터 등 지원 대부분 끊겨
재기 못하고 자활시설 입·퇴소 “현황 파악도 안돼 지원 어려워”

19일 광주광역시 송정역에서 한 노숙인이 역사에 마련된 대기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19일 오전 8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송정역. 이곳은 서울 등 주요 도심과 광주·전남을 잇는 교통요충지로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역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대기석 구석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조차 않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자신을 김아무개(55)라고 소개한 그는 3년여간 거처 없이 떠돌고 있다고 했다. 3년 전만 해도 김씨는 자신의 가게를 운영했던 자영업자였다. 하지만 사업 중 지인의 권유로 투자한 사업이 실패했고, 이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이 돼 김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놨다. 설상가상으로 한 순간에 나빠진 상황 견디고자 조금식 마시던 술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져 건강까지 해쳤다.

김씨가 사업실패 후 처음부터 노숙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재기를 위해 직업소개소 등을 들렀을 땐 이미 망가진 심신으로 인해 고용되지 못했다. 이후 노숙인 쉼터에 입소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던 과거 경험으로 자포자기한 후였다. 노숙인 쉼터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6개월간 취직 의사를 알아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퇴소시킨 뒤 나중에 재입소를 제공한다. 퇴소 시에는 거리생활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건강악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체로 재입소 해도 악순환된다. 이에 김씨처럼 취업할 의지 자체를 잃어버린 노숙인들은 재기하지 못하면 거리생활과 자활시설, 쉼터 등 입소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노숙인은 1만1천3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숙인이 된 경위로는 질병 및 장애(정신질환) 25.6%, 이혼 및 가족해체 15.3%, 실직 13.9%, 사업실패 9.9%, 알코올 중독 8.1% 등 순으로 약 33%정도가 일상이 어려운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노숙인의 특성 탓에 광주에서는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아 실질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겨울철 노숙인의 하루는 생존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데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발한 후부터 사랑의 밥차 등 식사 지원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광주 천변에서는 영하권 날씨 속 노숙하던 것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기 속 노숙인의 취업은 꿈조차 꿀 수 없다.

김씨는 “노숙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단순 작업이나 단기 비정규 계약직에도 채용되지 않다 보니 있던 재기의지마저도 꺾여버렸다”며 “노숙인의 재활에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사회적 편견”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